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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7-09-22 09:16:58, Hit : 362)
<우아하게> 2017. 09 직원 월례 미사

<2017. 09 직원 월례미사>

<사는 게>

제가 2013년 9월 22일날 한국에 왔으니까,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주교님을 만났으니까, 메리놀병원에 입사한지 꼬박 4년이 됩니다.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처음에는 백옥 같은 피부에 머리숱도 많았는데, 어제 의료원장님이 그러시데요. “조신부. 머리숱이 많이 비었네!” 제가 그랬습니다. “그래도 제 전임 심원택 신부는 아예 대머리가 되어 나갔지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그리고는 방에 와서 혼잣말로 되씹었지요. 괜찮습니다. 진짜 괜찮습니까? 아니. 진짜 나는 괜찮은가? 이제 5년차 직장인으로서 바라보는 이 메리놀병원이라는 직장. 아마 적잖이 고민되는 직장입니다. 짜다리 5년 한다고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행정부원장이라는 이름만 거창한 직책이 어디 가서 큰 소리 한 번 칠 데도 없고. 이리치고 저리치고. 그래도 4년을 뭘 하면 말이죠. 하다못해 대학을 4년 다니면 학사학위라도 받고, 전공의도 4년을 공부하면 전문의 선생님 소리라도 듣는데, 행정부원장 4년을 하고나면 뭐가 남나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는 것은 눈치요, 준 것은 머리숱이라. 오호 통재라. 안타까워할 무렵. 그래도 내가 있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것이 뭔지. 어짜피 내가 어디에 있어도 세월을 피할 재간은 없고, 물론 갈수록 볼품은 없어져 갈테지만, 그래도 내가 있는 시공만큼은 내가 없었을 때 보다는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돌보다 가야 안되겠는가!

문제만 보면 정말 문제가 많은 곳이고. 좋은 것만 보면 그래도 좋은 것이 참 많은 동네가 여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말로 그동안 많은 것을 바꾸고 뜯어고치고 쿵쾅거렸지만 그 양적 변화의 속도만큼 우리 메리놀 사람들의 질적 변화가 쫓아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아들이고, 갈수록 사람들, 직원들에 대한 기대의 폭을 낮추는 사이 그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희망을 떨어트리면 떨어트릴수록 내 자신의 자존감도 함께 떨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저는 아직까지 희망을 하고 기대를 하고. 그래도 메리놀이. 그래도 우리가. 이 지난한 의료환경에도 불구하고, 67년 버텨낸 저력 하나로 똘똘 뭉쳐. 바람아, 니가 아무리 불어봐라! 내가 고갤 떨어트리나! 당당하게! 힘들어도 한 걸음 함께 걸어갈 사람들이 여기 모인 우리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우리 아직 괜찮습니까?

좋습니다. 그러려면 한 가지가 꼭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입니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는다.”(루카 7,31) 뭔 소립니까? “니가 아무리 떠들어봐라. 내가 꼼짝을 하나!” 병원장이 떠들고 행정부원장이 떠들어도 꼼짝을 하지 않습니다. 아. 우리, 이러면 안됩니다. 이러면 망조가 듭니다.

안 그럴려면, 귀 좀 열고. 눈 좀 뜨고 다닙시다! 하다못해 병원 복도에 뭐가 떨어져 있는지. 병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무슨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것들과, 없어야할 자리에 있는 것들에 대하여. “왜 저런 게 있지?” 이 정도 질문! 최소한 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그래도 메리놀병원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주 쉽게 만나게 해줄 수 있는 이 정도의 주인의식을 요구하는 것이, 여러분들에게 대단히 도달하기 어렵고 무지하게 힘든 요구는 아니기를, 제가 여전히 희망해도 좋겠습니까?

연휴도 있고 공사도 있고 일하는 직원들은 계속 있을 것입니다. 나 몰라라 내팽겨칠 일이 아닙니다. 함께 고생해야 하는 것 있으면 함께 고생해주시고, 같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래. “니는 떠들어라. 나는 꼼짝 안할란다!” 하지 마시고 같이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10월이 오면 좀 더 차분하게. 5년차 메리놀 직장인답게. 우아하고 자존감있게. 여러분에게 요구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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