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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9-01-28 10:01:03, Hit : 335)
<선물> 연중 제3주일 성 미카엘 성당 미사

<연중 제3주일 성 미카엘 성당 강론>

찬미예수님! 반갑습니다. 독일 땅 밟은지 10년만에 다시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게 된, 전전임 본당신부, 조영만 세례자요한 신부입니다. 다들 건강하셨습니까? 아니지요, 독일에서는 이렇게 인사를 하더만요. 독일 땅에 흩어져 살던 친구들끼리 모처럼 만났을 때 할매 하나가 이렇게 인사합니다. 아이구야, 니는 하나도 안늙었데이! 그러면 이 인사를 받은 친구는 어떻게 화답해야 하는지 아십니까? 니는 더 예뻐졌다야! 70이 넘었습니다. 그래도 여자는 예뻐졌다 소리가 그렇게 듣기가 좋습니다. 우리 루르 한인 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하나도 안늙으시고, 훨씬 더 예뻐지셨습니다! 아멘.

저는 안식년을 맞아 지난 12월에 한국을 떠나 미국 덴버와 콜로라도 스프링스 그리고 LA에서 강의를 마치고, 1월은 스무날 가까이 혼자 쿠바에 머물다가 어제 독일로 들어왔습니다. 한참 걸렸습니다. 쿠바는 어릴 적부터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작심하고 여기저기 도시들도 돌아다니고 시장도 보고 요리도 직접 해먹으며 현지인처럼 살다 왔는데, 독일에 도착하는 순간, 겨울이네요. 날씨는 참 독일이 일관성이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아, 독일이구나!

쿠바는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라스팔마스나 스페인쪽 바다 건너편의 카리브해의 연안에 있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다만 딱 하나, 음식이 정말로 먹을만한게 없었습니다. 쿠바에 비하면 독일은 양반입니다. 굴라쉬도 있고 슈니쩰도 있고 하다못해 브랏브어스트라도 있잖아요. 오죽하면, 스파게티라고 시켰는데 그걸 어떻게 먹냐하면, 포크날 옆면으로 툭툭 호미로 밭을 경작하듯이 한참을 끊어요. 그럼 그게 또 끊겨요. 그렇게 스파게티를 곤죽으로 만들어서 퍼먹는 거예요. 아 알단테. 이건 아니잖아.

그래서 쿠바 여행 10일만에 체게바라의 무덤이 있는 산타클라라라는 도시에 가서는 나름대로 동양사람 입맛에 맛다는 중국식 레스토랑과 현지인들에게 가성비 높은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현지 식당 하나, 이렇게 2개의 식당 주소를 딱 손에 쥐고 갔지요. 우습더만요. 겨우 식당 이름 2개 확보하고 있을 뿐인데, 마치 만나야만하는 오래된 여인이라도 기다리고 있는듯 도착하자마자 그 식당들부터 찾으러 뛰쳐나갔지요.

한참을 헤맸습니다. 지도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별로 믿을 것이 못됩니다. 결국 수십번을 물어물어 찾아가보니까, 엘치니또라는 중국식 레스토랑은 벌써 폐업을 하고 없어지고, 현지인에게 인기가 높다는 알만세르라는 식당도 한 주간 동안 문을 닫는다고 써붙여놨네?

아침도 굶고 차를 타고 오직 제대로된 식사 한 번 하겠다고 쫄쫄 굶은 시간이 이미 오후 3시, 그야말로 환장하겠는데, 마침 자전거 택시기사가 저에게 와서는 자기가 유명한 맛집을 안디야! 설마. 쿠바가 그럴리가! 하면서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믿어야지요. 그 자전거 택시를 타고 한참을 갔어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식당에 내려주는데 아니나 달라, 질기기 이를 데 없는 돼지고기 구이에 볼품 없이 구워낸 양파와 파프리카. 풀풀 날리는 쌀알까지... 게다기 비싸기는 더럽게 비싸고, 시장이 반찬이니 먹기는 했지만, 문제는 정체도 모르는 식당 때문에 제가 정해놓은 구역을 훨씬 지나 와버린 것이지요. 성질이 나더만요. 터벅터벅 그 땡볕의 쿠바를 걸었습니다.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실실 스팀이 오르려는 찰라. 멀찌감치 성당이 보이더만요. 이게 다 내가 죄가 많아 그런거다. 가서 참회나 하자 싶어 낡은 성당에 들어가서 무릎을 꿇고 얼마 앉아 있었나... 마치 환청처럼 한국말이 마구 들리는 겁니다. 꿈을 꾸나 싶어서 고개를 돌려봤더니, 세상에 한국 청년들 수십명이 떼거지로, 그 쿠바 촌동네의 성당에 들어오는 거예요.

알고봤더니, 지난 주간에 파나마에서 세계 청년대회가 있었다더만요. 거기에 참석한 한국 청주교구 청년들이었는데, 한국참가팀 중에 유일하게 대회 전 쿠바를 방문했다는 거예요. 여기 저기 들르다가 산타클라라를 떠나기 전에 파견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이 성당에 들렀다는 겁니다. 맙소사!

만약에 제가 애시당초 계획했던 데로 중국식레스토랑이나, 현지식 식당에서 제 때에 해결되었다면, 그리고 그 맛대가리 없는 식당으로 자전거 택시기사가 나를 생판 알지도 못하는 동네로 옮겨주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저는 이 친구들을 만날 수가 없었을 겁니다.

뜻하지 않게 찾아간 나의 찰라와 곧 이 도시를 떠날 예정이던 그 한국 젊은 청년들의 찰라가 어떻게 이 짧은 순간에 교차될 수가 있었을까? 덕분에 저는 청주 양업고등학교 교장 신부님께서 집전하시는 미사를, 2주만에 한국말로 봉헌할 수 있는 선물을 누리게 되었답니다. 제가 계획한 모든 것은 사라지고 오직 선물만 남은 것이지요.

저는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들 크거나 작거나 저마다의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의 일부라도 제 때에 진행되지 않으면 전전긍긍합니다. 제때에 공부를 해야하고, 제 때에 직장을 잡아야 하고 또 제 때에 시집장가를 가야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아이들도 쑥쑥 놓고, 그 손주손녀들이 하나도 아프지 않고 잘 크고 자라야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계획 속에 짜맞추어져 있는 안정감을 행복이라고 부르지요.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저 내가 정해놓은 목적 하나하나를 반복적으로 수행해나가는 ‘업’과도 같은 것에 불과합니다. 제가 왜 업이라는 단어를 골랐냐 하면, 내가 계획한 것이 제 때에 이루어진다할지리도 인간은 그것으로부터 결코 완전한 만족을 하지를 못하는, 또하나의 굴레에 불과하다는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나의 부모가 그랬고, 내 부모의 부모 또한 그랬던 것처럼. 하나가 이루어지고 나면 금새 다음 것을 향해 있습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금새 작아져버립니다. 그리고는 자꾸만 더 큰 무엇, 더 큰 성공, 더 큰 행복이 마치 열심히 ‘노오력’ 하면 내일 나에게 찾아올 것처럼 착각, 내지 강박에 빠지지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생은 7,80을 살아도 사는 건 겨우 오늘 이 하루 뿐입니다. 이 하루에 나에게 벌어지는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과 사건 속에 진짜가 있습니다. 내가 여러분과 독일에서 만나, 어떻게 10년 있다가 다시 그토록 그리워하던 여러분 앞에 서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다. 이것은 우리들의 계획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그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대하여 더 큰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다. 하느님 그분께서는 내가 나에 대하여 지니고 있는 관심이나 욕망보다 더 크고 강하게 나를 욕망하시고, 나에게 관심을 지니고 계시며, 나의,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이것을 예수께서는 당신의 첫 번째 설교에서 선포하십니다.

인간의 계획에 따라 잘 살고, 성실하고 바른 사람 그들만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 잡혀간 이들, 눈 먼 이들, 억압받는 이들, 한마디로 자기 뜻대로 살지 못하고 자신들의 계획과는 무관한 상태로 내평겨쳐졌다 할지라도, 나는 그런 그들을 향해 파견되어져 왔다고,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언하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끝맺으시지요.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고 말입니다. 나의 계획대로 착착 잘 이루어지신 인생들이십니까? 모르긴해도 다 그렇진 못할 겁니다. 이렇게 수십년 동안 독일에서 살지도 몰랐을 것이고, 생판 모르던 이 남자 이 여자 만나서 이 고생을 이토록 하면 살지도 몰랐을 테지요. 내 주제에 어떤 저런 자식을만나 그저 그 아이들 하나하나만이라도 행복하기를 내가 바라고 앉아 있을 줄을 내 어찌 알았겠습니까?

그런데 어떻습니까? 나의 계획이나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지고 닥치고 찾아온 그 숱한 시간들을 하나하나 헤쳐나가다보니, 좋은 일도 만났고, 뜻하지 않은 은총도 입었고, 눈물나게 고마운 일들도 한층한층 쌓아온 세월이었지요? 그래서 우리 신앙인들은 이 인생을, 그래서 우리 믿는 사람들은 우리네 이 삶을, <선물>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나고 싶어 난 것도 아니고, 내가 죽고 싶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당신께서 나에게 온전히 베풀어주신 선물! 이라고. 지금은 영문을 알수 없는 고통과 눈물 또한 다 감당하고 겪고 나면 우리는 똑같이 고백할 것입니다. 참으로 큰 선물을 받았노라고 말이지요.

서로를 부디 선물로 만드시기 바랍니다. 아이고, 왠수야! 하지 마시고, 아이고 내 선물이야! 비록 마음에 들지는 않을지 몰라도, 나에게 맞는 것만 어떻게 매번 받겠노! 괜찮다. 그래도 당신은 선물이야! 이 마음만 곱게 잡수시면, 모르긴해도 우리네 남은 여생이 주님과 함께 꽃길 걸을 일들이 더 많지 않겠습니까?

한 2주 저에게도 선물같은 시간을 누리고 갈까 합니다. 김병수 신부님. 독일 적응 잘 하시라고 함께 장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제가 아는 것 가운데 좋은 것만 선물해드리고 가고 싶습니다. 한 2주간 본당신부님이 잘 안보이시더라도, 전전임 신부가 와서 좋은 선물 주고 있나보다, 그렇게 여겨주시고, 떠나기전 한 번이라도 더 여러분들 뵙기를 저도 고대하겠습니다. 모처럼 여러분들을 만나니, 여러분들은 정말로 하느님께서 저에게 허락하셨던, 선물들이십니다. 저 또한 여러분들에게 그러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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