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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9-03-11 08:51:26, Hit : 236)
<사랑의 힘> 연중 제8주일 동대신동 성당

<연중 제8주일 동대신동 성당>

(INTRO)
오늘은 사순시기를 준비하는 마지막 한 주간의 시작, 연중 제8주일입니다.
사순에 앞선 마음 다짐을 위한 이 시간에 동대신동 성당 신자분들과 함께
교중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에, 하느님과 윤정현 신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현재 안식년을 지내고 있는 조영만 세례자요한 신부입니다.

이 미사를 통하여 받게 될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의 삶을 더욱 간결하고 단정하게
이끄실 수 있기를 지향하며 정성껏 미사를 봉헌하겠습니다.
잠시 침묵합시다. 우리들 각자에게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향하여
지금 나의 마음을 내어드리도록 합시다.

(강론)

찬미예수님. 반갑습니다. 저는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부산교구 신부입니다.
참 복 많은 인생이지요. 신부생활 겨우 19년째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년이라는 긴 시간을 안식, 편안할 안 자에, 숨쉴 식 자, 편하게 숨을 쉬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으니, 사실 이 모든 것이 신자분들 덕분이고, 특히 여러 어르신들 덕분입니다.
참 고맙습니다!

어르신들 연배에 안식년, 무려 1년이라는 이 쉼의 시간을 누리신 분들이 몇 분이나 계시겠습니까? 안식년이 뭡니까? 1년에 3박 4일 휴가라도 제대로 누린 해가 몇 번이나 되시던가요?
정말로 어르신들께서 지난 세월 그토록 고생해주신 덕분에 저희 젊은 세대가 이렇게 호사를 누리고 있으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1년이나 쉬다보니 이것도 사실 쉬운 일만은 아닙디다.
어제까지 정신없이 바빴던 사람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거예요.
이게 처음에는 힘들더만요. 오라는데도 없고, 가야하는 곳도 없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몸이라는 게 가만히 놔두면 게을러지기 십상 아닙니까?

그래서 뭐부터 할까, 생각하다가 세상 사람들은 어찌 사는지 한 번 쳐다는 보자 싶어서
세계 일주를 떠났습니다.
미국 쿠바 독일 스페인 주욱 거쳐서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오니 두어달 걸리더만요.
가서 한 것은 별 것이 없습니다. 사람들을 만난 게 거의 전부이지요.
먹고 사는 거, 생각하고 사는 거, 희망하고 사는 거.
세상 어디에 사나 사람들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 하나와
그리고 참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를 배우고 왔을 따름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독일 교포들, 그러니까 60년 70년대에 독일로 떠났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제가 그분들하고 10년 전에 교포사목을 하며 함께 살았으니까, 그 때 60대이던 분들이 지금은 모두 70대 80대가 되어 계시는데, 10년만에 만났으니 어찌 반갑지 않았겠습니까?
한 분 한 분 만나며 말씀들을 듣는데, 사람이라는게 그러잖아요?

나이를 먹은 만큼 겪어낸 사람 수만큼 인간에 대한 이해도 늘고, 또 그만큼 자신에 대한 반성도 깊어져, 일반적으로는 나이를 먹으면 좀 너그러워지고 마음도 더 넓어지는 법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어르신들, 막상 나이를 먹어보니까 어떠세요? 마음이 넓어지고, 듣는 것이 이순, 부드러워지시던가요?

쉽지 않으시지요? 독일에서 제가 어느 교우 집에 방문을 가자고 “요한 형제님, 같이 갑시다!” 했어요. 끝까지 자기는 안간디야. 왜그런가 했더니 10년 전에 싸운 일을 가지고 지금도 말을 안한다는 거예요. 나이 60에 밉다고 얼굴 안쳐다보는 사람은 70이 넘어서도 똑같이 그러고 앉아 있는 겁니다.

스무살 들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무살이니까요. 즈그들 좋은 것만 할려고 하고, 지 마음에 드는 사람만 좋아라 하고, 제 뜻에 안 맞으면 부모고 뭐고 막 반항하고 싫어하는 걸 얼굴에 팍팍 표를 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무살이니까요.

그런데 70,80이 되었어요. 그 나이 먹기도 쉽지 않지만, 그 나이에도 그러고 앉아 있다면 서글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세요? 요한 형제님. 이제 그만 마음 툭 털어버리시고 사람 몇 이나 된다고 볼 사람은 좀 보고 나눌 것은 좀 나누고, 앞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마음 좀 트고 삽시다. 억지로 끌고 갔지요. 가서는 어떻게 하셨을까요?

물리적으로 체력적으로 우리는 앞으로 더 좋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어르신들 연배에 몸이 더 좋아지면 그게 이상한 것이지요. 그저 지금 누리고 계시는 만큼의 건강함을 잘 유지하시면 그게 최곱니다. 자, 몸은 내 뜻대로 되질 않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당장 죽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뭐라도 내 뜻대로 하며 살면 좋을까요?

마음이라도 정말로, 마음 먹은데로, 좀 하고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떤 마음을 먹으시는가요? 그래도 용서하려는 마음 먹지 않으십니까? 그래도 이해하려는 마음 먹지 않으십니까? 그래도 나누고, 베풀고, 섬기고, 밥 한 술이라도 먹여줄 마음 먹고 살지 않으십니까? 저는 그것이 신앙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신앙인들. 좀 마음 먹은 데로, 아니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심어주신 그 좋은 마음을 하나라도 더 실천하며 살려는 이들이 진짜 신앙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십니까?

그러기 위해서 저는 오늘 독서와 복음은 우리에게 금과옥조입니다.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보라는 겁니다. 내 입에서 판단과 단죄와 고집의 말이, 내가 옳고 당신은 틀렸소! 하는 말만 쏟아내고 있다면, 죄송합니다. 나이만 먹었지, 아입니다.

사는 게 다 그렇고 그런 거라며, 자기 가진 것은 고마워할 줄을 모르고 7,80이 되어서도 자기 없는 거, 남 가진 거만 바라보며, 지금도 잘 산다는 것이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그것만 전분 줄 알고 성공하고 출세하고 그걸 자랑으로 알고 산다면 죄송합니다. 나이만 먹었지, 아입니다.

복음은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어찌하여 너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준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이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니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젊어서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절절히 깨닫는 바가 바로 이 말씀입니다. 평생을 내 눈에 들보에 갇혀 살아온 인생이로구나! 그저 내 고생한 거, 그저 내 상처 받은 거, 그저 내 잘 나고, 내 성공한 거 그것에 얼마나 철저하게 갇혀 살아왔는지! 조금만 나랑 다르게 생각하고 내 성질과 다르게 말을 하면 금방 토라져서 저 인간은 되니 안되니.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에 얼마나 길들여져 있나를, 사실 젊을 때는 다 몰랐습니다. 나이를 먹고 나니 뼈가 시립니다.

부디 저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살진 모르겠지만, 죽는 순간까지 저는 좋은 사람이 되어가면서 죽고 싶습니다. 그것이 좋은 열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열매는 좋은 땅에서 나는 법이지요. 그리고 좋은 땅은 우리 각자가 어떻게 가꾸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거지요. 돌이 많으면 돌을 골라내고, 가시가 많으면 가시를 더두어 냅니다. 땅이 얕으면 거름을 넉넉히 주어서 뿌리가 잘 내리도록 해줍니다.

돌이 뭡니까? 흉입니다. 흉을 골라주는 겁니다. 다른 사람의 흉을 감싸주는 겁니다. 그게 좋은 사람입니다. 가시가 뭡니까? 찌르는 겁니다. 상처를 주는 겁니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겁니다. 멀리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지금 나랑 함께 사는 사람의 흉과 상처를, 부족함과 모자람을, 그 사람의 허물을 내가 얼마나 감싸주고 보듬어주고 있는지를 자세히 보십시오. 거기에 진짜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는 진짜가 없습니다. 진짜 내 모습은 나랑 안맞고 내 뜻과 다른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그게 진짜입니다. 사랑도 능력이거든요.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돈 많이 벌게 해주시고, 성공하고 출세하고 잘 나가기 위해서 불러주신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시기 위하여 우리를 불러주셨습니다.

그러니 신앙의 세월을 먹을수록 사랑의 능력이 훨씬 더 세지시기를 청합니다.
신앙의 세월을 먹을수록 사랑할 수 있는 힘이 훨씬 더 강건해지기를 청합니다.
그래서 신앙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저 사람은 저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세상 사람들이 탄복할 수 있게 되기를 청합시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사랑 뿐입니다.  
몸에 근육이 많이 빠지시지요? 마음의 근육은 더 키우십시오.
움직임이 둔해지고 느려지시지요. 사랑의 근육으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은 남보다 더 빠르고 수월하게 움직이십시오.

사순을 앞두고 별 것이 없습니다. 하루 하루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거. 남은 하루 하루 하느님 보시기에 예쁜 자녀 되어가는 거.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무쪼록 윤정현 신부님과 함께 살아가시는 동대신동 성당 모든 교우분들이 세월을, 나이를, 고통과 상처와 외로움을 탓하지 아니하고,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시는 하느님을 찬미하며 충분히 사랑하고 사는데에 하루하루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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