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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9-05-08 13:25:49, Hit : 167)
<엠마오 연수원>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INTRO)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사도 3,6) 우리도 베드로처럼, 우리가 가진 것을 내어드리도록 합시다. 예수 그리스도. 내 안에 있는 단 하나의 이름으로. 이 아침 찬미기도를 바칩니다.

(강론)

<엠마오 연수원>

‘엠마오’라고 명명되어진 이 집에서, 엠마오로 가는 여정길의 복음을 들으니 이채롭습니다. 아마 중견사제들의 연수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주교회의에서 큰돈을 들여 이 집을 마련했을 때, 분명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집의 이름으로 놓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하였겠지요. 그리고 이곳에 머무르는 사제들을 위하여 지어진 이름이 <엠마오 연수원>이었을 겁니다.

왜 ‘엠마오’라는 네이밍을 택했을까요? 아마도 오늘 복음,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벌어진 놀라운 일들이 이곳에서 연수 받는 사제의 인생 안에서도 다시금 체험되기를 바라는 주교님들의 동료애에서 비롯되었다고, 순수하게 접근하고 싶습니다.

이미 수십 년, 혹은 십 수 년, 사제로 살다보니 필요한 건 다 알지요. 또 뭘 몰라서 잘 못 사는 것이 아님마저도 알고 있는 사제들에게, 뭔가를 또 집어넣으려 시도는 필패할 것이고, 이미, 이곳 엠마오라는 이름 하에서 펼쳐져야 하는 시간의 목적 또한 아니겠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 그 이름 뿐입니다. 이미 우리는, 그 이름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쓰레기로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런 사제들입니다. 그러기에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새로운 체험만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관심입니다. 그분이 먼저 우리 사제들의 삶과 우리 사제들의 이야기와 우리 사제들의 실패와 우리 사제들의 상처에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먼저 들어주셨습니다. 우리가 무슨 말을 서로 주고 받고 있는지, 왜 우리가 침통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아프면 어디가 아프고, 힘들면 무엇이 힘든지, 그분이 물어봐주십니다.

엠마오에서의 첫 번째 일은 관심입니다. 혼자 잘나 걸어가는 사제의 길이 아니라, 함께 걷는 도반이자 동료이자 동지로서의 관심입니다. 비록 그것이 하찮은 것이고 비록 나와는 맞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접거나 닫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들어줍니다. 그리고는, 두 번째, 나눕니다. 이것이 엠마오의 여정에서 파생된 전개방식이지요. 내가 알고, 내가 믿고 내가 깨우친 바, 내 것을 나눕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새로운 이야기가 저에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학교를 다시 다니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엠마오 길에서 만나는 한 분 한 분 속에 깃든 그 이름. 예수 그리스도. 오직 그분만이 저에게 필요할 뿐입니다. 이것이 사제로 살면서 제일 힘든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제로, 주님의 이름을 증언하고 오늘 당장이라도 그 이름 때문이라면 죽어도 좋은 사제로 살고 싶어서. 그래서 그 이름 때문에 함께 죽고 서로의 뼈를 묻어줄, 재건된 믿음, 재생된 사명. 다시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오직 구원 받기 위하여 아는 것의 한 줄이라도, 믿는 것의 한 토막이라도, 오늘 하루 제발 좀 살아내기를 끔찍하게 바라시는 그분의 목청으로 기도합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그리고 이곳이 사제들의 엠마오가 될 수 있도록, 말씀으로 저희 마음을 태워주시고, 저희가 나누는 빵으로 저희 안에서 되살아나셨음을, 이곳에서 주님을 알아뵙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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