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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9-06-21 17:37:42, Hit : 250)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제15차 유럽 레지오 마리애 피정 파견미사 강론

(제15차 유럽 레지오 마리애 전체 피정)

[파견 미사]
(INTRO)
아브라함의 떠남, 야곱의 싸움, 요셉의 화해, 그리고 마리아의 비움.
피정을 이끌었던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쫓다보니 어느덧 우리 자신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떠나고 비우고 그리고 마지막 내 자신의 죽음과도 화해할 수 있기를.
레지오 단원으로서, 이 세상 싸움 끝날 때까지 투쟁해 가야할 우리 자신과
그리고 우리의 이웃들. 이 세상의 불의와 고통당하는 이들.
우리 기도의 주인공인 그들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너그러움이 함께 하시기를 청하며
제15차 유럽 레지오 마리애 피정의 파견 미사를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침묵으로 이 미사를 준비합시다.

(강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라는 시인이 쓴 석 줄짜리 시입니다. 레지오 피정은 그런 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래 들여다보고, 그러고 나니 참 예쁜 사람들이십니다.
이것은 저의 말이 아니라 성모님의 말씀입니다.

성모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이역만리 타향에서 굳이 모국어를 써가며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더라도
20년 30년 매 주 당신을 모셔놓고 기도하는 이 사람들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그리고 얼마나 예쁘다, 하실까!

저는 사실 이 말을 전해드리려고 온 턱없는 강사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 피정의 주인은 성모님이시고, 여러분들의 그분의 군사들이요, 저는 그저 여러분의 제일 끝자리에 서서, 성모님의 군사들이 육신과 악과 세상을 향해 끝까지 잘 싸우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겨우 그 정도를 하는데에도 얼마나 먼 길이었는지 모릅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인간의 계획이라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절감한 이번 피정이었습니다. 제가 11차 레지오피정 세미나 형식으로 유럽 각 본당의 꾸리아 간부님들과 얼마나 성심껏 준비했고, 12차 2012년, 그 때도 늙었다고 주장하는 분들을 이끌고 독려하며 여름 신앙학교처럼 프로그램을 꾸미고 그야말로 ‘날라’ 다녔는데. 오직 그 생각만으로, 이제 안식년도 들어갔겠다 한 석 달만 준비하면 그 때보다 훨씬 더 탁월한 레지오 피정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자신했던 것이, 참으로 부질없는 인간의 계획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5월 안식년 중에 주교님의 호출을 받아 교구의 사무처장으로 이미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오늘 피정 마치고 이번 주 토요일은 런던에, 다음 주 토요일은 프랑크푸르트에, 이번 피정을 참석하지 못한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레지오 단원들 만나서 그분들 교육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 7월에는 LA 한인성당 레지오 교육도 다 맡았었는데, 모두가 캔슬된 것이지요. 간신히, 겨우 2박 3일 이 피정 하나 참석하는 것을 허락받고 지난 주 목요일 이곳에 왔습니다.

사무처장으로 일을 하고 있으니 어떻겠습니까? 유럽 레지오 피정에 대한 준비 자체가 부족할 수 밖에 없었고, 뚱뚱한 게 예민하다고, 잘 하지는 못하면서 잘 하고 싶은 욕심만 앞서서 혼자 오만 스트레스를 다 쥐어짜고 있을 즈음에 한 신자분께서 저에게 그랬습니다.

“신부님. 괜찮습니다. 그냥 오기만 하세요! 저희들은 신부님 오시는 것만 해도 좋아요. 함께 기도하고 함께 미사해요!” 아, 그 단순한 마음을... 제가 잃은 것입니다. 피정이라는 것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미사하고 성사하면 되는 일인데, 짜달시리 뭣도 없는 주제에 뭘 그리 대단한 걸 하겠다고 설레발을 치고 다닌 것부터 잘못된 것임을... 죄송합니다. 그 수많은 피정을 하고 나서 이제야 겨우 깨닫습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저는 유럽 한인 레지오 피정이 좋습니다.

지난 5년간 이 유럽 한인레지오 마리애 피정을 주관하며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제 자신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아직도, 그 힘들다 어렵다 늙었다 하면서도 무려 열 다섯번째 30년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매주 만나는 사람 지겹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사람들 그래도 때려치지 아니하고 오늘 이날까지 여러분들이 그들의 이웃이 되어주시고, 여러분들이 그래도 사랑하려고, 용서하려고, 화해하려고, 나누려고, 기도해주려고 이렇게 독하고 끝까지 이 자리를 지켜주셨기 때문에, 이 부덕하기 이를 데없는 택도 아닌 사제가 감히 강사랍시고 여러분 앞에 서 있기는 하지만, 실상은 여러분들 덕분에 또 구원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영광과 기쁨을 누리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하고 황공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유럽에서 아직도 레지오를 하고 계시는 여러분께. 진심 다하여 말씀드립니다. 감사하고 고맙고 또 사랑합니다! 여러분들이 계시는 한, 마귀는 이 교회의 안방을 쳐들어오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계시는 한, 세상은 교회가 무엇하는 사람들인지를 알아차릴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계시는 한, 봉사라는 이름은 여전히 이 교회 안에 살아있을 것이고, 여러분이 계시는 한 성령 하느님과 어머니 마리아의 일치와 친교가 이 교회 안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보여 줄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예쁩니다. 늙고 고운 손에 죽을 때까지 그 묵주 손에서 놓지 마시고, 하느님 앞에 우리 함께 만나는 날, 우리도 참 행복했노라고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기를 청합니다.

더 많이 사랑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고, 또 더 잘 준비하지 못해 송구하지만, 정말로 많이 기도했고 많이 공부했으며, 덕분에 마음 속에 큰 돌덩어리 하나 내려놓고 떠나겠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살아서 꼭 다시 만납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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