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1 1/203 회원가입회원로그인
  View Articles
 님께서 남기신 글 (2019-10-13 06:39:46, Hit : 310)
<결정과 태도> 연중 제28주일 교구청 미사

<연중 제28주일 교구청 강론>

<태도와 결정>

사랑할만하기에 사랑하는 것. 그것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입니다.
용서할만하기에 용서하는 것. 그 또한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입니다.
대단히 안타깝지만, 사실은 그렇습니다.

사랑할만하기에 사랑하고, 용서할만하기에 용서하고, 감사할만하기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은,
하느님이 없이도 능히 하는 것들이요, 세상 사람들도 익히 하고 사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그 정도를 하기 위하여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에 매여 있는 존재들이 아닙니다.

도저히 감사할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다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지요.
도저히 사랑하지 못할 인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며 끌어 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거기에 신앙이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 사랑과 용서와 감사가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는 대조의 공동체가 바로 교회여야 합니다.

오늘 교회 공동체가 듣게 되는 독서와 복음이 이를 이끌어줍니다.
1,2 독서와 복음의 교차 속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감사입니다.
그러나 그 감사의 현장을 주목해보시지요.
나병이라는 생지옥이요, 어둡기 그지없는 감옥 창살 속입니다.
무엇하나 감사할 것이 존재하지 않는 장치들입니다.
그러나 신앙은, 그러나 진짜는, 그런 밑바닥에서 일어납니다.

내 힘으로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태. 진짜가 무엇인지는 거기에서 출발합니다. 내 가진 것이 많고, 내 아는 것이 많고, 내 경험한 것이 많고, 내 능력이 많고, 내 믿음이 깊다는 사람은 사실, 사실 그 사람의 감사는 얕습니다. 깊지 못합니다. 진짜 감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사실 따지고보면, 인간은, 아니 나 자신은, 별로 믿을만한 존재가 못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지 못합니다.

따지고보면 나는, 사랑받기에 당연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따지고보면 나는, 용서받기에 합당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다지 좋은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나를, 하느님께서 사랑해주셨습니다.
사랑받기에 적당하지 않았던 나를 사랑해주셨고,
용서받기에 터무니없던 나를 용서해주셨으며,
지금 이 순간까지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나를 그분께서 먼저 나를 믿어주셨고,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제단 앞까지 감히 내가 서 있을 수가 있습니다.

당당할 것이 없고, 당연한 것이 없고, 감사하지 않는 것이 단 한가지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죽어도, 모든 것이 다 감사합니다.

이것을 몰랐던 이들이 걸어갔던 뒷모습을 잊지 않겠습니다.
큰 은총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어 돌아섰던 이들 속에
내 이름이 함께하지 않기를, 다짐합니다.

기억하기 위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감사할만해서 감사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할만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감사함의 태도는 잃지 않겠습니다.
사랑할만해서 사랑하지 않겠습니다.
사랑할만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사랑하겠다는 결정은 바꾸지 않겠습니다.

사랑할만하지 않아도 사랑할 줄을 알고,
용서할만하지 않아도 용서할 줄을 알며,
감사할만 하지 않더라도 죽는 순간까지 감사하다 떠나갈 줄 알던 사람들,
우리는 예수의 사람. 우리가 그리스도인입니다.

아멘.

Ellie 아멘!
늘 기억하고 노력하겠습니다!
  2019/10/28  






Prev  <빛> 주님공현대축일 교구청 미사
Next  <관점> 연중 제16주일 교구청 아침 미사 [1]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u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