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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07-08-07 18:42:16, Hit : 2055)
<인생은 항해다!>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인생은 항해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였던 세네카가 남긴 유명한 경구 중에 “인생은 항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뭐 그렇지요, 목포는 항구고, 인생은 항해고, 다 맞는 말입니다. 산다는 일은 어짜피 정해져 있는 목적지를 향해 건너가는 일입니다. 어떤 일이 닥칠지 알 길도 없습니다. 한없는 침묵의 바다도 있고 치열한 죽음의 바다도 겪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나긴 항해가 끝나고 나면 애써서 타고 왔던 그 배와는 깨끗이 작별해야 합니다.

배를 타고 건너가는 것, 항해나 인생이나 비슷합니다. 아침에서 저녁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이 일에서 저 일로, 이 자리에서 저 자리로,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건너가야 하고, 미성숙함에서 성숙으로, 어설픈 믿음에서 성숙한 믿음으로 건너가야 합니다. 우리 생활이 그렇고 우리 믿음이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건너가려면 부지런히 노를 저어야 합니다. 아무도 노를 대신 저어주지 않습니다. 우리 각자가 살아온 인생 항로를 가만히 반추해보면 “참 대단했다, 내가 어떻게 이 인생을 살아냈을꼬...” 싶은 순간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기막히고 막막했던 순간들, 앞도 캄캄하고 뒤도 캄캄하고, 솟아날 구멍조차 보이지 않던 천길 나락 ‘폭풍의 언덕’도 용케 잘도 헤쳐 나와 있습니다.

때로는 산다고 부지런히 살았는데, 경상도 말로 “쌔가 빠지게” 노는 저었는데 생판 엉뚱한 곳에 당도하기도 했고, 모든 교통사고가 그런 것처럼 원치 않는 사건 사고도 숱하게 겪어야만 했었습니다. 내일 날씨도 모르는 인간이 1년을 계획하고 10년을 걱정하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 일이던가 깨닫는데 그다지 오랜 세월이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신을 믿건 믿지 않건, 살아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공평합니다. 신을 부정하고 믿지 않는 이들도 살긴 살아야 하고,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이들도 먹고 산다는 일에서 제외되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것이겠지요.

“그 숱한 풍랑길을 누구와 함께 걸어냈는가?”의 문제이겠지요. 내가 잘나 나 홀로 감당해낸 인생길이라면 자족감 말고 이 피 말리는 인생에 어떤 가치가 더 남아있겠습니까? 아무리 대단한 인생을 살았다해도 결국엔 산다는 일이 자기만족에서 그칠 뿐이지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신의 손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고통을 짊어지시고, 아니 나보다 더 앞서 이 험준한 여정을 앞장서 주셨던 그분의 빛을 보고 따라 걸었던 인생은 그 만족, 충만의 차원이 다릅니다.

자족을 넘어서 그는 신의 명령, 생명이라는 사명을 충만히 실현시킨 목숨이 됩니다. 인생의 항로를 설정해 놓은 존재, 신을 모르고 하느님을 부정하는 사람은 목적지를 모르는 항해사와 같습니다. 열심히는 살고 쌔가 빠지게는 노를 저었는데 흘러흘러 가다보니 그냥 거기, 내 이름 석자 새겨진 비석 앞에 당도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명을 내 인생의 항로로 믿으며 노를 저어온 인생은 다를 수 밖에 없지요. 그 목적지가 다르고 산다는 일의 차원과 질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잘나 가는 길이 아니라 겸손과 순명이 앞장 서 주시는 길입니다. 믿는 자는 그래서 겸손합니다. 순명하는 자는 그래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다릅니다. 이렇게 하늘의 명 앞에 겸허한 이들만이 당도할 수 있는 뱃길이 있는 법이지요.

유능한 선장은 배를 잘 모는 선장이 아니라 물길을 잘 아는 선장이라지요. 아무리 좋은 배로 항해를 하더라도 물길을 모르면 고생바가지를 하고도 남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악과 오기로 살아서 될 일이 아닙니다. 내가 잘나 가는 길 치고 헛 것에 정신 안 뺏기는 길이 있는 줄 아십니까?

그러지 마십시오. 물길에 순응하고 별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우리 인생의 풍랑도 끝날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 생에 주어진 목적지에 올바로 도착하느냐 마느냐는 거기에 달려 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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