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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08-10-07 13:07:07, Hit : 1630)
<송별사> 신자 대표 장승재 야고보 고문님

산다는 일이 갈수록 뻔뻔해지는 것 같습니다. 떠나는 신부에 대한 예찬일색일 수 밖에 없는 이런 송별사를 뻔뻔이 올리는 것을 보면... 그러나 칠순의 노인이신 본당 어르신의 송별사를 들으며 신자들을 이렇게 고생 많이 시켰구나, 그리고 이만큼의 정을 쌓기까지 그만큼의 애씀들도 많았구나... 참 감사했습니다.

지난 주일은 군인주일이라, 본당 초대 신부님 군종의 이강수 신부님께 강론 부탁드린 죄로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의 강론은 없었습니다. 아마 강론을 했으면 울기만 했겠지요.

송별미사까지 다 끝난 마당에 평일미사 하는 것이 낯뜨거워 다른 신부님들께 부탁드리고 저는 오늘 양정성당 특강을 핑계로 천천히 본당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실은 본당에 있으니 마음도 울적하고 또 결정적으로 술 먹자는 요청이 많아, 본당 떠나기도 전에 죽을 판입디다.

짐 잘 꾸리고 강론은 준비되는데로 올리기는 하겠습니다만은 본당 떠나는 마당에 일일이 타이핑 해서 강론할 여건은 못되는 것 같습니다.

출국 전까지 종종 살아있음 남기고 독일에 가거든 다시 독일발 강론을 시작하겠습니다.

기도해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뻔뻔하지만 송별사를 강론으로 대신합니다.

조영만신부 드림.



<범서성당 제6대 조영만 세례자요한 주임신부님께>
            
                                            송  별   사

본당축성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와 즐거운 축제를 펼쳐야 할 이 좋은 계절 10월5일 주일에, 그동안 깊은 정이 들었던 조영만 세례자요한 주임신부님과 석별의 정을 나누게 되어, 아쉬움과 함께 지난 2년 8개월간의 가슴 벅차고 즐거웠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신부님은 지난 2006년 새해가 시작되는 1월10일 부임하셨습니다. 범서성당이 문을 열면서 이강수 신부님이 군종으로 가신 뒤 해마다 주임 신부님이 바뀌는 서러움이 쌓이다가, 김두유 신부님에 이어 젊고 잘생긴 조신부님이 새로 부임해 오심으로서, 전 신자들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신자들의 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조 신부님은 첫해부터 뜨겁고 알찬 사목을 펼치셨습니다. 우선 4월에 젊은이들의 봉사단체인 밀알회를 발족시켰는가 하면, 5월엔 양업관 옥상을 친교와 만남의 자리가 되도록 <도마쉼터>를 마련하셨습니다.

특히 신부님의 뜨거운 감동을 일으키게 하는 미사강론은, 우리 신자들의 신심에 불을 지폈으며 인근 성당에까지 소문이 나서 일부러 우리 본당에 주일미사를 보러 오는 신자들까지 생기기도 했습니다.

또한 각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시고, 책읽기를 멀리하는 신자들에게 교양과 신심의 양식이 되는 책을 골라 매월 한권 씩 읽도록 독려하시고, 신자재교육을 겸한 본당의 날을 만들어서, ‘아버지 집에는 항상 먹을 것이 풍족하다.’는 말씀과 함께 맛있는 점심식사를 나누며 친교를 다지게 하신 일은 참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첫해 가을에는 수고하는 본당성가대의 발표 무대를 마련하셨고, 성탄 때는 한마음 성가대회까지 열어서 신자들이 성가에 푹 빠지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제관 신축으로 짊어진 본당의 빚을 갚기 위해서 9월 중순에 연 3일간의 첫 바자회를 열고 장대비속에서도 전신자들이 하나가 되어 훌륭하게 치러내기도 했고,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도 멋지게 제2회 바자회를 성공적으로 치루어 냈습니다.

어쨌든 1년 만에 본당 빚은 청산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거액의 저축통장까지 보유하게 되었으니,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닐 수 있습니까.

부임 2년이 되는 2007년 지난해와 올해 이날까지 신부님이 펼치신 중요 사목을 생각나는 대로 꼽아보면- 본당에서는 처음으로 지속적인 성체조배회를 출범시켰는가 하면, 부산교구 막내 본당인 가까운 농촌의 인보성당 노인들을 해마다 초청해 잔치를 열어주셨고, 10월 본당의 날 체육대회를 열어 전 공동체가 동심으로 돌아가는 즐거운 하루를 보냈으며, 전신자 성지순례와 처음으로 상임위원회 1일 피정, 성령세미나와 성경 40주간 공부, 거기다 매일 미사 전 성경읽기로 창세기부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신약을 독파하고 이제 완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엔 전신자 성경쓰기 운동에 나서 신.구약 성경을 정성껏 써서 세 권의 큼직한 필사 성경책을 엮어 하느님 전에 봉헌하고, 지금도 제대 앞에 저렇게 자랑스럽게 놓여 있습니다. 우리 범서공동체는 저 성경책을 보물 제1호로 삼아 오래도록 보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우리 농산물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여 우리농 매장까지 근사하게 만들어 지난 6월 문을 열었습니다.

이제 오는 10일부터 12일 주일까지 계속되는 본당 10주년 행사를 앞두고 생각지도 못한 사제 인사를 맞닥뜨리고 보니, 우리 공동체는 흡사 주인 잃은 외로운 양떼 같은 쓸쓸함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는 것이 인생사이고 보니, 오늘 이 송별회에 우리 공동체가 마냥 아쉬워하고 슬퍼하기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선 이별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말씀을 따라, 우리 공동체는 신부님이 기쁘고 홀가분하게 가시도록 뜨거운 박수와 격려, 기쁜 마음으로 작별의 손을 흔들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들의 목자 조영만 세례자 요한 신부님, 가시는 곳, 독일의 에센지방은 울산보다 위도가 북으로 치우쳐 겨울이면 눈도 많이 오고,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겨울이라고 합니다.

아무쪼록 추위에 감기 들지 않도록 유의하시고, 낯선 고장에 잘 적응하시길 바랍니다. 듣자하니 에센은 광산지역이며 지난 1960년대 우리 서독광부들이 피땀을 흘렸던 곳이요, 고 박정희 대통령이 방문해 광부들과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감격어린 역사의 땅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의엿한 독일교민이 되어 지역 중심에 서서 떳떳하게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독일교포들, 하느님의 백성들이 그리운 조국의 인정에 목말라 하고 있을 겁니다. 신부님의 열정으로 그들을 감싸 안으시고 우리 민족의 긍지와 하느님을 향한 뜨거운 신앙심을 키워주십시오.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조 신부님. 신부님께서는 처음으로 주임사제로서 사목하셨던 범서성당- 우리 공동체를 꼭 기억하시리라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저희도 기도 속에 신부님을 위해 언제나 기억하겠습니다.

몇 년 후가 될는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다시 부산교구로 발령받아 오시는 날까지, 영육간에 건강하시고, 항상 하느님의 은총 속에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사제되시길, 우리 모두 하느님께 기도드리겠습니다.

  조영만 세례자 요한 신부님, 기쁘게 잘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2008년 10월 5일  신자대표 장승재 야고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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