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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소리 님께서 남기신 글 (2004-04-22 20:18:03, Hit : 1980)
<지복직관> 부활 제2주간 목요일

<지복직관>

'무릎을 꿇으라면 꿇겠습니다. 아니 죽어버리라면... 차라리 그리하겠습니다. 그러나 내 눈이 떠있는 나날들, 당신을 잊어버리라는 말씀만은 말아주십시오. 당신과 영원히 만나지 못하리라는 그 말씀만은 말아주십시오.'

어느 날 라디오를 듣다 대중가요의 나래이션을 무심결에 듣게 되었는데... 잊었다고 생각한 그 가사가 난데없이 떠올랐습니다.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된다는 두려움... 영원히 당신을 잃어야 한다는 그런 두려움... 아마 그 두려움 자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겠지요.

옛날 교리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지옥에서 당해야하는 고통이 두 가지 있으니 그것은 각고(覺苦)와 실고(失苦)이다. 각고는 감각으로서 당해야만 하는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이것보다 더 큰 고통은 실고인데 이는 지복지관(至福直觀)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으로서 지극한 복이신 하느님을 영원히 잃어버려야만 하는 고통이다. 실고로 인하여 그가 놓인 세계는 영원한 지옥이 된다...

하느님을 잃어버리는 것, 영원히 하느님을 볼 수 없는 것... 이것이 하느님의 자녀로서 감당해야하는 가장 큰 형벌이라는 소시적 교리가 오늘 따라 새삼스러워 집니다.

예수그리스도를 내 삶의 주인으로, 내 삶의 빛으로 모시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그와 함께 생명을 누리는 것, 이것이 그들에게는 바로 지복(至福)이요, 세상의 다른 것들 오만가지 우상을 내 삶의 주인으로, 내 삶의 빛으로 모신 사람들은 지복이신 하느님과 영원히 살지 못하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지옥(地獄)인 셈이지요.

굳이 죽어, 옳고 그름, 공덕과 부덕을 따진 결과로서의 천국이나 지옥이 아니라, 하느님 자녀로서의 원의(願意)... 오로지 나의 주인이신 하느님만을 섬기겠노라는 그 원의가 영원한 생명을 담지해 주리라는 오늘의 복음 말씀은 과연 나의 믿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믿음인지를 되묻게 합니다.

믿는다... 하면서도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구한다... 하면서도 '하느님'을 구하지 못한, 숱한 우상으로 뿌옇게 둘러 싸여 있었던 나의 믿음을 다시 쳐다보게 합니다.

음악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실고는 소리를 잃어버리는 것일 터이고,
미술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실고는 시력을 잃어버리는 것일 터이고,
신앙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실고는 바로 하느님을 잃어버리는 일이었는데...

아... 나와 당신의 역사는, 너무도 태연하게 하느님을 '잃어버리는 신앙'을 관성처럼 답습해온 시간들은 아니었는지요? 나는 과연 생명의 하느님을 영원히 지복직관할 그 복락을 누리기에 합당한 신앙인들, 맞는지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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