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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05-02-23 08:41:58, Hit : 2328)
<사창가 수녀님> 사순 제2주간 수요일

<사창가 수녀님>

스승은 무력함을 고백하는데 그 제자들은 유력해지기 위하여 싸움질입니다. 스승은 짐을 이야기 하는데 제자들은 이김을 구하고 스승은 실패를 말하는데 제자들은 영광만을 쫓습니다. 난다 긴다하는 사람 정말 많은 세상살이에 이야깃꺼리들은 주로 그들의 몫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마치 그들이 중심 되어 사는 것 같지만, 그래서 끝없이 경쟁해야 하고 끝없이 소유해야 하는 듯 싶지만... 사실 보십시오. 호걸이라는 자들 치고 도둑놈 아닌 자들이 어디 있었으며 배우고 똑똑하다는 사람들 치고 남의 눈에서 눈물 안낸 인간들이 또 어디 있었습니까?

그럴싸한 무엇이 되어야 하고, 어슴푸래 명함이라도 한 장 있어야 될 것 같은 이 세상살이 다보니 그 한 사람이라는 그 귀함은 아랑곳없이 능력만 쫓고 자리만 쫓느라 아귀다툼입니다. 그러니 이런 세상에서 섬김과 봉사를 말한다는 것은 세상의 룰과 거꾸로 살아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리 살면 세상은 등신...이라고 손가락질 할 따름입니다.

모두가 주인행세하려 하는데, 어찌하여 우리만 종노릇을 해야 합니까?

부산의 300번지라는 부전역 앞의 대단히 오래된 사창가가 있습니다. 젊은 창녀들은 완월동에 모이고 그곳은 4,50대의 늙은 창녀들의 집창촌이랍니다. 그곳에 5년 전부터 들어가 생활하시는 수녀님들이 계십니다. 그곳에서 창녀들을 회개시키고 그들을 돕기 위해서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저 그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해 그 사창가에 들어가셨답니다.

돈도 당신들이 직접 일을 합니다. 수녀님 한 분은 얼마전까지 국제시장의 공동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몇 일 전, 빌딩청소로 소임을 바꾸셨고, 또 한 분은 출소자들과 함께 버스터미널 앞에서 떡뽁기 포장마차를 합니다. 이렇게 두분이서 버는 돈 80만원에서 25만원은 수녀원 본원으로 보내고 나머지 55만원으로 세명 수도자의 한달 생활비로 씁니다.

말 그대로 가난한 수녀들입니다. 진짜 스스로 가난한 수도자들입니다. 처음에는 그 사창가 포주들이 이 수녀님들을 경계하고 감시했답니다. 행여라도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거나 간섭하지 않을까...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딱 1년이 지나자 그들 스스로 경계심을 풀었습니다. 자기들보다 더 가난한 한 사람일 뿐임을 안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인사도 나눕니다.

성매매 방지법이 실시된 이후 이제는 창녀들이 먼저 말을 걸어 어려움도 하소연하고 또 한 동네 수녀님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답니다. 그녀들이 그들을 위해서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소위 복지단체에서 하는 지원금을 준 일도 없고 줄 수도 없었습니다. 복지활동을 한 것도 아니요, 인생상담을 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녀들이 한 것이 있다면, 그 사람들과 똑같은 가난한 사람이 된 것 뿐입니다. 그 사람들과 똑같은 무력한 사람이 된 것 뿐이요, 그 사람들과 똑같은 핍박받는 사람이 된 것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그 수도자들에게는 전부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영성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해야만 수도자가 아니고, 그럴싸한 무엇인가를 해내야만 예수의 제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영광을 구하고 자기 이름을 높이는 일이 그 제자됨의 몫이 아닙니다.

예수의 제자는 철저히 스승을 닮아야 합니다. 스승은 권력자들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스승은 조롱과 채찍질을 당하였으며 스승은 십자가에 매달려 참으로 무력하게 죽었습니다. 끝까지 무력했으며, 마지막까지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그 무력함으로 이 세상의 모든 유력함을 쳐 이기셨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그 실패로 이 세상의 모든 승리를 물리치셨습니다. 유력함을 이기는 힘을 보여주셨고, 승리를 이기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신앙의 길은 종이 되는 길, 낮은 길, 기는 길, 엎드리는 길입니다. 그것이 바로 성체요, 그것이 바로 스승의 삶입니다.

지난 월요일, 300번지 사창가에서 노동하시는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수녀님과 우애를 나누고 미사를 드리며, 정말로 이 세상을 이기는 길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대단히 깊이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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