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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20-02-29 23:46:35, Hit : 155)
<우리와 같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주현 글라라 장례미사

<김주현 글라라 장례미사>

<우리와 같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찌어찌 한참을 생각하면 잘해준 것도 있을 것만 같은데, 지금은 그렇습니다.
잘못해준 것만 생각이 납니다.
어찌어찌 한참을 생각하면 감사한 것도 있고 소중한 것도 있고 약속할 것도 많은데,
지금 이 자리에서는 그렇습니다. 미안한 것만. 고마운 것만. 아쉬운 것만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더 가슴 시립니다.

세상을 더 많이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그러십니다.
이게 다 운명이다. 하십니다.
하지만, 아이 셋 생떼 같이 남겨놓고 떠나는 젊은 어미는
모르긴해도 참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지난 화요일 밤,
김주현 자매가 생명의 끈을 어렵게 부여잡던 날을 기억합니다.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이, 모든 의료적인 방법이 다 종결된 이후에도
김주현 자매는 스스로 생명의 끈을 최선을 다해 끝까지 부여잡았습니다.
시연이, 규리, 채연이.
딸 셋의 얼굴을 다 볼 때까지 그녀는 엄마의 몫을 마지막까지 다 하였습니다.

운명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잔인한. 이 이별을 감당할 시간을 그녀는,
버텨주었습니다. 그것이 더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물론 신앙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그 이상을 지향합니다.
시연이와 규리와 채연이가 지금은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고 감당할리도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렇습니다.
지금 이 시간이 갖는 의미를.
세월은 우리에게 천천히, 그리고 깊이 간직하게 해 줄 것입니다.

김주현은 참으로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누구도 그녀를 통해 상처 받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그녀를 통해 고통받지 않았습니다.
피해주지 않았고, 가로막히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그녀의 운명이라면 그녀는 마지막까지,
끝까지 자신의 운명을 감당하였습니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의 마지막에서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김주현에게 지금 이 시간, 비록 지금 우리는 슬퍼하고, 애통해하고, 아쉬워하지만.
최선을 다하여 살아온 그녀는,
지금 우리와 같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잘 사셨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셨고, 세상 어디에서도 충분하게 사셨다고.
누구에게는 7,80이 한평생이라고 하지만,
겨우 마흔 몇 해를 살았을 뿐이지만,
당신에게 이 시간은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당신만은 우리와 같지 않기를 바랍니다.

물론. 세 딸과 남편 동호.
남겨진 부모님과 우리 친구들은 벌써부터 당신이 그립고,
우리가 힘들 때 마다 당신을 기억할 것이지만,
제발 당신만은 우리를, 이 애통함과 이 슬픔을, 빨리 벗어내시기를
저는 바랍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이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과 남편과 우리 때문에
당신이 더 힘들어하고 슬퍼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주현을 만난지 23년 만에,
우리의 시간 속에 잠시 함께 머물렀던 그녀를 이제 잠시 먼저 떠나보내려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이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결국 우리 모두는 하느님 안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김주현 글라라는,
우리가 만났던 가장 환한 미소를 띄고 우리를 먼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우리는 믿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는
김주현이라는 엄마, 아내, 딸과 며느리, 그리고 친구를 잃은 이 슬픔을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주현. 글라라. 딸들을 지켜주시고, 김동호 요한마리아비안네를 지켜주십시오.
당신의 부재를 감당해야 할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과 우리 친구들은
영원히 당신을 기억하고, 당신과 함께 했던 모든 시간에 대하여 감사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당신이 참 좋은 사람이었음을,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기도할 것입니다.
고통 받느라고 고생 많았습니다.
글라라.
당신 때문에 우리 모두 더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제는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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