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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20-03-06 20:59:36, Hit : 173)
<백만원> 사순 제1주간 토요일 스승예수 수녀회

<사순 제1주간 토요일>

(INTRO)
하루하루 위태로운 언덕들을 넘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 크고 작은 결정들을 하며 살아왔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그 무게감이 달라집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쉽습니다.
아무리 옳아도 마음을 모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한 말씀을 꺼냅니다.
“주님께서 너희의 하느님이 되시고,
너희는 그분 소유의 백성이 될 것”(신명 26,17.18)이라는.
비록 마음 모음을 다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옳은 것이라면,
그것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면,
그분 소유의 백성은 그 일을 선택하는 것이 맞습니다.
잠시 침묵하며, 하느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인식하도록 합시다.

(강론)

<백만원>
지난 한 주간 동안 함께 미사를 드린 우리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적게는 20년 많게는 5,60년을 수도회 밥을 먹었고 신부 밥을 먹은 사람들이 뭐 그렇게 나쁜 인간일 수야 있겠습니까? 성직자 수도자를 떠나 대부분은 좋은 사람이고 친절한 사람들이지요. 이 세월이 그렇게 만들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할 때 그 좋음에 대한 기준이 뭘까요? 통상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안에서 나는 좋은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고, 기도해주고 싶은 그런 사람들. 그들에게 나는 분명히 좋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지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주교님 포함해서 부산교구 신부님들 370명 가운데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왜 없겠습니까? 당연히 있지요! 이유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왜 나를 싫어하는가! 따질 것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싫어하는 그 사람을 내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이것만이 나에게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진짜 좋은 사람이 되는 비결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고 혹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싫어하고 혹은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을 내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거기에 진짜 좋은 사람이 되는 비법이 감추어져 있음을 저는 압니다. 진짜 좋은 사람은 거기에 있습니다.

나와 맞지 않고 내 뜻과 다르며 내 성질과 완전히 다른 그 사람을 나는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가!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은 널렸고 그런 사람들과 맞딱뜨려서 무언가를 해야할 때, 그래서 차라리 제 마음은 설레입니다. 이 사람을 대하고 처리하는 그 수준 여하에 따라 나라는 인간이 지닌 깊이가 결정된다! 고 생각하면 허투루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행여라도 속마음이 들킬까봐 더 상냥하게 대해주지요. 그러면 묘한 일들이 생깁니다. 나를 싫어하던 그 사람도 어느새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장하지요. 나는 젊잖은 표현과 공감으로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적당한 선을 긋는 것인데 상대는 본인이 아주 존중받는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자꾸만 일을 가져오고 일을 만듭니다. 이게 아닌데 싶다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랑도 능력이다. 사랑하고 싶어서 하는 사랑을 누가 못합니까? 일자무식도, 하느님을 몰라도 그건 합니다. 하지만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은커녕 좋아하기가 진짜 힘든 캐릭터입니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그런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있더라는 겁니다. 그것을 보고 깨달은 바는 이렇습니다. 사랑에도 근육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 근육이 튼실한 사람은 어지간한 사람을 다 받아냅니다. 그런데 제 아무리 고상하고 성덕이 깊어도 그 근육이 앙상 마른 사람은 자기와 조금만 다른 사람 하나를 못받아내서 맨날 죽이네 살리네 합니다. 아무리 기도해도 밑천 다 드러나는 게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사랑도 능력이고, 사랑에도 근육이 있습니다.

어제 주교님께서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2주간 미사 중단을 더 연기하셨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불안이 아니라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당장 교무금 내고 헌금 낼 신자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데, 그분들 주신 것을 얻어먹고 사는 주제들이 어이 월급을 다 받을 수가 있겠나며, 월급 반을 우리가 먼저 내놓자! 그래서 부산교구 신부들 모두 100만원씩 자선금으로 봉헌하라, 하셨습니다.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지만 옳은 결정이 언제나 마음을 모으는 것은 아니라 말씀드렸지요? 돈 문제는 지극히 예민합니다. 이건 신부들도 똑같습니다. 적당한 용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년차 수에 따라 금액을 달리하자는 말도 나오고, 본당 분담금도 줄여달라 말도 나오고... 이런 소리들이 결국 향하는 것은 뭘까요? 이 옳은 소리가 불편하다는 겁니다. 그 말을 안했으면 안나왔을 소리들이니까요.

그 때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근육입니다. 내 뜻과 다르고 내 성질과 다르고 나와 생각이 다른 이것을 나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저는 부산교구 사제들의 수준이 이 정도는 된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최소한 우리가 신부밥 먹은 세월이 얼마고 키운 근육이 얼만데! 그 마음으로 어제 신부님들께 사제평의회의 결정을 알려드렸고, 현재까지는 못내겠다는 분이 한 분도 안계십니다.

사랑을 말로만 하면 힘이 없습니다. 보여줘야 진짜 사랑입니다. 다시 미사가 재개된다면 부산교구민들이 주교님과 신부님들을 믿고, 목자를 따라서 다시금 생명의 문을 열어젖히는 신자들로 회복되기를 청하는 마음 뿐입니다. 진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복음의 삶이 일상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 주간 미사에 감사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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