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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2-02-05 23:43:16, Hit : 781)
<사목, 돌봄 2> 연중 제5주일

<연중 제5주일>

<사목, 돌봄 2>

돌보아주셨기에 살 수가 있었습니다.
제 잘나서 살 적엔 돌보아 주신 것 잊고도 살았습니다.
하지만 짐승도 품어주어야 새끼가 눈을 뜨는 법이고,
한 송이 꽃도 대지가 품고 바람이 돌보아주시니
향기 틔움을 깨닫자 문득 부끄러워진 것입니다.
나를 품어주셨던 가슴과 손길과 땀 냄새를 떠올리게 된 것입니다.

모두가 보살핌 받기를 원합니다.
자기는 사랑받기를 원하고 자기는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금요일부터 1박 2일 동안, 그간 고생하신 상임위원과 새로운 상임위원, 제 단체장들이 모여 사목연수회를 가졌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사목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돌보는 일>이라고!
목자가 양들을 돌보듯 어미가 새끼를 돌보듯
수고를 짊어지는 일이고 고생을 떠맡는 일이라고.
비록 수고와 고생이 고통스럽긴 하더라도
그 고통이 있어야만 목자는 목자가 되는 법이고
부모는 부모가 되어가는 법이라고!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여러분이 루르 한인 성당 신부라면 어떻게 신자들을 돌보겠습니까?’
다양한 대답들이 나왔습니다.

“고령화되는 신자들의 현실을 고려하여 마음의 허전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사목을 하겠다.”
“사목 지침대로 강력하게 사목하겠다.”
“환자 방문과 면담을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충분하게 하겠다.”
“끼리끼리 모이지 말고 모두가 친절한 공동체가 되게 하겠다.”

뜨끔한 것도 있었습니다.
“미사 30분 전부터 고백소에 앉아 있겠다!”

신자들의 돌봄에 있어 제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양들이 갈망하고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상임위원 당신들이 사목의 봉사자로서 어떻게 이웃을 돌볼 것인지에 대하여 물었습니다. 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대답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내가 우선 친절하고 겸손해야겠다.”
“밝은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야겠다.”
“내가 먼저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주어야겠다.”“쉬는 교우들에게 전화하고 병환중인 분들을 찾아가겠다.”
“‘오랜만에 오셨네요?’가 아니라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겠다.”

돌보려고 하면 내가 더 잘나고 높아서 될 일이 아닙니다. 돌보는 일은 내가 그 사람 아래로 내려가는 일입니다. 그 마음이라야 참되게 돌볼 수 있습니다. 힘과 권력으로 돌보지 않습니다. 겸손과 헌신으로 돌보는 것이 진짜입니다.

돌보는 이들이 많을 때 공동체는 그야말로 살맛이 나고 살판이 됩니다. 모두가 돌봄을 받기만 바라고 남의 손만, 남이 먼저 다가오기만 쭈빗거리고 있습니다. 할 것은 굼뜨면서 바라는 것만 넘쳐납니다. 그러면 어만 소리들이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우리 공동체가 버려야 할 말들이 있다면 무엇이 있겠는가?’를 물었습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미처 버리지 못했던 말들이 대답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부정적인 말, 비협조적인 말, 비판적인 말, 방관자적인 말, 옹고집스런 말을 버리자!”
“‘뭐씩이나’ 하는 사람이, 뭐까지 받았다는 사람이, 이름을 내세워 비난하는 말”
“부정적인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말, 시기와 질투의 말, 교만의 말을 버려야 한다.”
“곧바로 반박하는 말, 잘난 척 내세우는 말”
“저 사람은 먹을 때만 오는군, 일은 안하는군, 저 사람은 음식 한 번 안해오는군.”

사목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신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목자를 따를 수 있도록 이끄는 일입니다. 참된 목자는 예수 그리스도 한 분 뿐이십니다. 양들이 기쁘게 예수 그리스도를 따를 수 있도록 양들을 돌보고 보살피는 일, 이것은 비단 신부들의 몫만은 아닙니다. 신자분들께서도 서로가 서로를 돌보셔야 하겠습니다.

바라지 말고 기다리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보살피셔야하겠습니다. 괜한 말로 상처주지 말고, 부정적이고 비판적이고 모난 소리로 분란 일으키지 말고, 저만 잘난 줄 알고 고집스럽게 남이 나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간보지 말고, 판단하고 단죄하고 칭찬보다는 비난을 일삼지 말고, 보살피셔야 하고 돌보셔야 하겠습니다.

이번 사목위원들의 연수에서 나온 이 좋은 지향 중에 절반이라도 이루어진다면 우리 공동체가 얼마나 살맛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결국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공동체 하나 죽이고 살리는 것, 집안 하나 죽이고 살리는 것, 그리고 사람 하나 죽이고 살리는 것, 따지고 보면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돌보려고 맘먹으면 다 살릴 수 있습니다. 지구가 아무리 커도 세상사람 60억이 서로가 돌보려고 맘 먹어보십시오. 하루아침에 모든 무기 다 사라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돌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기려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죽겠다하면서도 죽는다는 그 길로만 계속 악다구니를 칩니다. 불안한 독식을 사니 호의호식을 하면서도 입이 까끌거리고 비단금침에 누워도 단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입니다.

애시당초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서 하신 일 또한 ‘돌봄’이었습니다.

구약에만 ‘돌보다’라는 동사가 108번 나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아끼시고 돌보십니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하여 모세에 이르기까지 하느님께서는 미천하고 가진 것 없는 자를 돌보아주시고 편들어주시는 분으로 만났습니다. 버림받은 요셉을 돌보시어 그가 하는 것마다 잘 되게 해주셨고, 아이 못 낳던 여자가 일곱 남매를 낳고 고개를 들 수 있었던 것 모두 하느님의 돌보심이었노라 그들은 체험했던 것입니다.

예수라는 분께서 이 세상에 오시어 행한 모든 일의 핵심 또한 ‘돌봄’이었습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생명이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돌보는 실천>을 통해 드러내신 분이었습니다. 기적을 일으키고 여러 가지 놀라운 일들과 심지어 엄청난 숫자의 사람을 먹이실 적에도 그분은 단 한 번도 당신의 능력을 자랑하지 않으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적의 놀라움이 아니라 기적을 통하여 드러나는 하느님의 돌보심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생명이 기적을 통하여 드러난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나라>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돌보심이 이루어지는 매 순간이요, 모든 현장임을, 예수께서는 가시는 곳곳마다 증명해주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고쳐주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시며 쉴 틈도 없이 몰려드는 틈바구니 속에서도 기도하신 그분은 다시금 나는 다른 고을에서도 하느님의 나라, 하느님의 생명과 하느님의 돌보심을 드러내야 하노라며 새롭게 떠나십니다.(마르 1,38)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따르시는 여러분,
기적이 여러분들의 손에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돌보는 일이 여러분의 손에 있다는 것을 믿는 일이 더 쉬우시지요?

돌보는 일이 기적을 낳을 것이고, 돌보는 일이 세상을 구원할 뿐만 아니라
그대의 영혼을 구원할 것입니다.

돌보는 자, 그가 이깁니다.
돌보는 자, 그가 성장합니다.
돌보는 자, 그가 구원됩니다.

2012년 한 해, 우리는 서로에게 이름을 묻지 않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누구냐고 질문해야 할 사람이 우리들 안에는 존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돌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고 돌보는 마음이 없기에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많이 찾아가 주십시오. 나만 아프지 않습니다.
많이 칭찬해 주십시오. 나만 사랑받고 싶은 것 아닙니다.
많이 존중해 주십시오. 나만 인정받고 싶은 것 아닙니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는 돌보기 위해 났고, 돌보기 위해 믿는 것이며, 돌보기 위해 사는 것입니다. 본당의 사목 봉사자들이 여러분을 돌보려 합니다. 여러분도 이들을 돌보아주셔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공동체도 기적을 볼 것이고 우리는 함께 구원에 이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 공동체를 돌보아주셨던 남 시메온 수녀님께서 이곳에서의 사목 임기를 마치시고 22일 수요일 날 떠나십니다. 내일 서른 다섯 분의 신자들 이끄시고 이스라엘 성지 순례 다녀오신 다음 곧 바로 짐을 꾸리시겠지요. 어디가시든 씩씩하게 신자들 돌보시던 그 모습 잊지 말고 사시기를 루르 한인 공동체를 대신하여 인사드립니다.

수녀님의 5년간의 돌봄 덕에 참 많이 성장한 루르 공동체입니다. 수녀님,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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