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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2-02-17 17:15:47, Hit : 605)
<사람값>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미사

<밀양 송전탑 미사>

안녕하십니까? 저는 독일에서 살고 있는 조영만 신부입니다.
독일에 있을 때 칠순을 넘기신 한 어르신의 분신 소식에 가슴이 아팠고
휴가를 가게 되면 꼭 찾아뵈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 밀양에 왔습니다.

모질게 추운 날씨입니다.
그러나 모진 날씨보다 더 서러운 것은 사람들의 모진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70년이나 산 사람이 제 몸에 불을 질렀습니다.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한 사람이 세상을 향해 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목숨 건 한 소리를 지워버리려고 합니다.
덮어버리려고 합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늑대노릇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 아무리 세상이 잘 살게 되고 3,40년 전보다 우리들이 더 편하게 살게 되었다할지라도
이건 잘못된 것이고 우리가 바로 그 잘못된 세상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무엇이 세상을 이토록 모질게 만들었을까요?
욕심들입니다. 아니 돈과 편리를 향한 끝없는 욕망들입니다.
이 미사에 나오신 어르신들 요즘 세상 참 살기 좋다고 말씀들 하십니다.
하지만 살기는 좋아졌을지 몰라도 요즘 세상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왜지요?

인간에 대한 사람에 대한 자긍심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년만에 한국에 오니까 물가가 올라도 너무 많이 올라있습디다.
5천원 가지고 식당에 가면 밥 한끼 사먹기도 힘이 듭디다.
물가만 올른 것이 아닙니다. 집 값도 무지 올랐고 땅값도 억소리 나게 올랐습니다만은
딱 한가지는 오르지 않았더만요.

사람값이요! 사람 값만 바닥에 곤두박칠치고 있습니다.
없는 사람들 소리 질러도 아무도 듣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철탑에 올라가고 크레인에 올라가도 경제발전 막는다며 징역 때립니다.
해고를 당하고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내 집에서 쫓겨나고 분신해도
사람값은 알아주질 않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아프면 수십만원짜리 동물병원에 쫓아가는 사람들이
내 옆집 사람이 분신을 하고 새파랗게 젊은 용역 깡패들에게 줘터져도 들은 척을 않습니다.
왜 그런가요?
불편한 것이 싫기 때문입니다.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기 때문입니다.
편한 것만 하고 살고 제 누릴 것만 전부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세상에는 편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야 하고
사람 사는 일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야 안되겠습니까?

제가 믿는 하느님은 철저하게 인간을 위하시는 분이시라고 배웠습니다.
인간을 사랑하시는데 인간은 하느님이 아니라 돈을 사랑하고 편한 것만 찾았습니다.
그것이 인간이 타락하게 된 죄라고 배웠습니다.

왜 핵발전소를 지어야 하나요?
더 편하게 살고 싶어서입니다. 오뉴월에도 초가을처럼 시원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고
한 겨울에도 반팔입고 살고 싶어서입니다.
춥다 덥다 하며 일년이 다 가버리는데도 경상도 말로 날씨마저 디비쪼면서 살려고
오만 전기 다 끌어다 씁니다.

그것도 모자라 한국의 밤거리 한 번 보십시오.
네온싸인 천지에 뭔 놈의 휘황찬란한 불꽃들 보십시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없습니다.
자야 할 시간에 밤새도록 장사하고 돈 벌고 술 마신다고 야단법석입니다.
제 정신이 아닙니다. 미친 겁니다. 이 미친 짓 계속하겠다고
한 번 잘못되면 전체가 공멸할지도 모를 핵 발전소를 또 짓고 앉아 있겠다는 겁니다.

인간이 망한다면 욕심 때문이고 이 세상이 망한다면 그것은 욕망 때문입니다.
평생 땅 부치며 농부로 살고 큰 욕심 내지 않아도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온,
단지 삶에 대한 자긍심 하나 남아 있는 사람들을 거리로 내 몬 것, 욕망 때문입니다.

법 없이도 살 사람들 굳이 범죄자 다 만들고 멀쩡하게 살던 집과 땅에서 쫓겨나
불타죽게 만드는 것, 욕망 때문입니다.

우리는 천국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바랄 뿐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믿는 하느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언제 가장 사람이 사람답습니까?
사람 노릇할 때 아닙니까?

왜 이 거리미사에 나오느냐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주십시오.
짐승처럼 살기 싫어서라고, 사람노릇 할려고 나왔다 말해주십시오.

동물의 왕국 보십시오. 사자가 얼룩말을 신나게 쫓습니다.
얼룩말들은 서로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달아납니다.
그 중에 가장 약한 얼룩말 하나가 잡히겠지요.
그 다음 살아남은 얼룩말들을 보십시오.
자기만 아니면 되는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풀을 뜯습니다.
그게 짐승이 때문입니다.

내 옆 사람이 어떻게 되든, 남이 어떻게 되고 이웃이 어떻게 되고, 가족이 어떻게 되든
나만 아니면 돼!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짐승들입니다.
금수처럼 살아서 될 일이 아닙니다.

아프면 많이 아프냐? 물어봐주시고, 하소연하면 얼마나 억울하냐 들어주십시오.
도움을 필요로 하며 도와주시고 힘을 필요로하면 힘이 되어주십시오.
이것이 사람이 사람 노릇하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를 대신으로 소리쳐주시고 한 육신 불살라서라도 이 원통함 풀어주고자 하셨던
이치우 어르신을 추모하는 미사를 봉헌하는 것입니다.

부덕한 사제입니다만 늘 금요일이면 이곳에 모여 미사하시는 여러분들을 기억하며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은 나라이기를,
땅값, 집값이 아니라 사람값이 더 존중받는 나라이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토니오 사건 당시 '밀양 송전탑 시위' 문제를 홈에 소개하지 못해서 죄송. 사건 개요 소개합니다.
4년전부터 신고리 원전 전기를 영남지역에 공급하려는 고압 송전선 배전공사가 밀양지역에서 시작되었는데 이 공사를 결사 저지하려는 농민들은 대책위까지 만들었으나 한전측은 용역을 동원하여 주민의 저지를 뚫고 공사 강행. 1월 17일 자신의 논위로 공사장비 들여놓자 "이제부터 데모는 끝이다"는 요지의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다. 경찰과 한전측의 사고사' 주장에 맞물려 진상조사를 위한 조사가 '분신사'로 끝난 후에 55일후에 장례가 합의됐다.
당시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동해안 탈핵 천주교연대는 매 주 금요일 ‘밀양 분신사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그 후 조경태의원이 제출한 사고재발을 막기 위한 입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201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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