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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소리 님께서 남기신 글 (2004-04-16 19:19:27, Hit : 779)
Soft Power - 사순 4주간 목요일


<사순 제4주간 목요일 강론>

<soft power>

어제 강론에서 말씀드린대로, 예수께서는 당신의 모든 일을 하느님의 뜻을 성취하는 과정으로 내세우시고,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연장선상에 당신을 놓으십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이려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증거와 증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 가지의 증언과 증거를 들어 당신께서 참 빛이요, 진리임을 사람들에게 드러내십니다.

증거의 첫 번째로 당신의 실현을 예고한 성서의 말씀을 내세우십니다.(39절 '그 성서는 바로 나를 증언하고 있다') 두 번째는 세례자 요한의 증언을 증거로 내세우십니다.(32절, '그러나 나를 위하여 증언하는 이가 따로 있으니 그의 증언은 분명히 참된 것이다.') 세 번째는 당신께서 지금 하고 계시는 활동을 내세우십니다.(36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아버지께서 나에게 성취하라고 맡겨 주신 일인데 그것이 바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증거가 된다.)

이렇게 성서와 세례자 요한, 그리고 당신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온갖 증거와 증언을 들이밀지만 그들은 별로 받아들이려는 낌새가 없습니다. 이유가 뭔가...

그들의 시각과 사고는 여전히 구약의 시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구약에서 멈춰섰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도무지 신약을, 새로운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구약은 이미 완성된 세상, 정지된 세상이었습니다. 그들이 기다린다는 메시아도 <구약적 메시아>였습니다. 힘과 권능을 갖추고 찬란히 도래해야하는 메시아, 그들을 구원해줄 '강력한 메시아'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라는 그리스도'는 달랐습니다. 예수라는 그리스도는 낮추임과 죽임, 용서와 평화, 화해와 사랑이라는 '소프트한 파워'의 메시아였습니다. 강력한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었던 구약의 사람들에게 어리석음의 승리, 부드러움과 자기비움이라는 예수라는 그리스도의 방식은 씨도 안 먹히는 소리에 그치고 맙니다. 그들은 그 따위 메시아는 죽여버려야 한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차라리 바라빠를 놓아주시오... 바라빠를..." 범죄자일지라도, 차라리 힘있는 강자가 낫습니다. 구약의 시대처럼, 다시금 우리를 이집트에서 탈출하게 만들어줄 강력한 메시아를 주십시오. 구약은 예수를 만나고도 끝내 예수를 죽여버립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메시아를 만나고도 메시아를 죽여버립니다.

그들의 눈을 가리웠던 것... 그들이 신봉하던 구약이 도리어 자신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모세가 도리어 자신들을 고발하기에 이릅니다.

평화를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이 세상 초일류 국가가 '힘으로 지배하는' 평화를 구축하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힘, 권력, 군사력은 평화를 지탱하는 수단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러한 의지에 함께 하지 않는 자들은 모조리 악의 축이라고 단죄해놓습니다. 우리는 덩달아 그들의 장단에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구약의 방식입니다. 강한 군사력으로 이룰 수 있는 평화는 구약의 평화입니다. 신약의 평화는 군사력으로 이루는 평화가 아닙니다. 신약의 평화는 그야말로 용서와 나눔, 관용과 배려로 이루어내는 평화입니다. 총과 칼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만나 눈물로 이루어내는 평화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냉전시대를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사고는 아직도 구약의 시대를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힘 때문에, 어쩔 수 있냐고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가는 우리는, 여전히 예수님이 지니신 소프트한 파워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 하신 그분을 우리는 여전히 못미더워합니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하느님이 주인이신 평화를 이룰 수 있는데, 예수라는 그리스도께서 그 방법을 가르쳐 주셨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손과 발은 하느님의 방식이 아니라, 인간의 방식, 인간의 주먹에 더 가까이 빌붙어 있습니다.

"내가 너희를 고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너희를 고발할 사람은 도리어 너희가 희망을 걸어온 그 힘이다. 그 폭력이고 그 무기들이다. 이것들이 도리어 너희를 멸망시킬 것이다."

애석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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