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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7-08-21 08:42:25, Hit : 320)
<言, 動, 斷> 성 비오 교황 기념일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INTRO)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교황의 이름이 ‘비오’입니다. 1775년 ‘비오 5세’부터 1958년 재임을 끝낸 ‘비오 12세’까지 이 시기에 집중하지요. 중세 이후 교회가 세상을 향하여 보수적 색채를 강하게 띄던 시기의 교황들입니다. 지켜야했고, 이제는 교회가 세상을 향한 내적 정비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교회가 지녔던 세속에서의 권력이 차단당하고 교회가 오직 교회로 존재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절이 지나, 지금은 질문이 전위되었습니다. ‘교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세상을 위하여’ 교회가 죽을 수 있느냐! 하고 묻는 시대를 삽니다.

이렇게 성령은 새로운 세기에 언제나 교회가 걸어야 할 길을 조망해주십니다. 다만 그 소리를 제때에 제대로 알아들어야 하는 것이 깨어있음이지요. 잠시 침묵으로 비오 교황의 기념일 미사를 준비합시다.

(강론)

<言, 動, 斷>

말로는 뭔들 못하겠습니까? 아마 말로는 세계대전이 몇 번쯤은 벌어졌을 세상입니다. 하지만 삶이라는 구조는 말(言)이 아니라 動, 곧 말이 지닌 힘, 움직임입니다. 言이 動이 되려면 斷이 필요합니다. 자르고 끊어야 움직임이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좋은 마음 하나만 가지고는 어느 생명조차 살릴 수가 없습니다. 좋은 마음결이 그 생명께로 당도해져야 하고 이어져야 합니다. 이것이 動이고, 이러한 움직임을 위해서는 정지됨을 중단하고 끊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말만 합니다. 백날 좋은 마음만 갖고 사는 사람과 함께 살아보십시오. 분통이 터집니다. 말은 좋은데 삶은 텅 빕니다. 간판은 요란하나 곳간은 남루한 인생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태생이 말이 業이라 일단 지르고 나서 후회를 하지만, 그래도 저질러 놓은 말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움직이고, 그 움직임 때문에라도 뭐 하나 잘라내고 끊어낼 수 있다면 그 마저도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떠십니까? 모든 계명을 다 지켜왔노라 당당해하던 그 젊은이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는 말씀에 슬퍼하며 떠나갔다는데.

그 슬픔의 이유... 그는 자신이 무엇을 끊어낼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입니다. 말로는 뭐든 다 했는데, 막상 끊어내야 할 것 앞에 직면하자 그렇게 잘나고 당당했던 어깨가 쳐지고 말았습니다.

인생은 言도 動도 아니라 결국은 斷의 순간에 가장 빛나는 것 같습니다. 뭐 하나라도 끊어내고 잘라내던 그 순간. 다른 수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결국 모든 것은 끊어질 것이고 또 끊어내어야 할 것들이지요. 그것을 조금 더 빨리 받아들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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