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1 10/203 회원가입회원로그인
  View Articles
 님께서 남기신 글 (2017-09-05 08:23:25, Hit : 430)
<안식일>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안식일>

바쁘게 쫓아다니다가 잠깐 성당에 앉을 수 있을 때 주로 하는 것은 숨을 쉬는 일입니다.
물론 쫓아다닐 때도 숨은 쉬지요. 그러나 그 숨이 내 숨인지도 모를 때가 대부분입니다.
숨을 앉아서 쉽니다. 그 숨이 나를 삭히고 나를 고르는 진짜 숨이 됩니다.

이렇게 정한 시간이 와야 탁한 시간을 알게 되고,
이렇게 멈추어야 완성이 되는 시간이 바로 안식일입니다.

성경을 보면 빛과 어둠, 하늘과 땅, 물과 뭍, 창공과 시공. 이 모든 것이 뒤섞여 있던 시간을 카오스, 혼돈이라 부르고 하느님은 이 혼돈을 가르시는 분. 그리고 6일이라는 하느님의 시간을 끝내고 이레째는 “모든 일에 손을 떼고, 쉬셨다.”(창세 2,2)고 기록합니다.

행간의 마지막에서 볼 때 안식일은 다시 일을 하기 위한 ‘막간’이 아니라 6일이라는 시간의 내용이 완성되는 ‘절정’이요, 생명. 산다는 일이 무엇인지가 확연히 드러나는 ‘완성의 순간’이기에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쳤지요.(아브라함 조슈아 헤셀, <안식일> 중에서)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안식일에서부터 무엇인가를 시작하십니다. 이것은 굉장히 많은 상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구약의 완성인 안식일에서부터 신약의 출발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시작하고 벌리십니다. 옛 창조가 끝난 시점에서 새 창조를 시작하시고, 율법 아래가 아니라 율법 위에서, 율법의 자녀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창조주이심을 드러내는 결정적 사건이 바로 안식일에 그분이 하신 모든 일들입니다.

고치고, 고르고, 가르치고, 일으키십니다. 생명이 하는 일들입니다.
안식일이 지닌 참된 가치이지요.
혼탁한 숨이 정하고 가느다란 숨으로 다시 온 육신에 퍼지기까지.
복잡한 생각이 한 줄의 기도로 정리되는 단순함까지.
여기. 지금. 내가 있고 내가 사는 까닭이 명료해지는 그 순간까지.
엿새의 시간 속에 깃든 안식일의 사건을 매 순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안식일은 쉬는 날이 아니라 완성하는 시간. 그러니 굳이 7일째를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매순간 문득문득.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숨을 고르고 정지하다보면, 탁하고 뒤섞인 것이 무엇인지 수면으로 떠오를테니까요.

행여나 지금 이 순간이 그 시간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그분은 “늘 하시던데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셨다.”(루카 4,16) 아멘.







Prev  <계명>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Next  <고향>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u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