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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7-09-22 08:47:25, Hit : 336)
<조영삼 프란치스코>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조영삼 프란치스코>

독일에 살 때, 한밤중에 전화가 왔습니다. 경찰이었는데 한국 사람 하나가 공사 중에 다쳤는데 나를 찾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름을 듣고는 한참 기억을 더듬었지요.

최장기 미전향 장기수로 복역하다가 김영삼 대통령 취임초기 북으로 송환되어 북에서 영웅대접을 받았던 이인모라는 인물을 남한 땅에 있을 때 마지막까지 돌봐주었던 사람이 바로 조영삼.

한 명은 송환되어 북으로 또 남은 사람은 한국 땅 떠나 아르헨티나로, 그렇게 헤어지고 난 다음 수년이 지나 고령이었던 이인모씨가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며 연락을 넣었다지요.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서울에서 평양까지 200킬로도 안되는데, 금 하나 그어놓고 서로 오가지도 못하게 한 세월이 70년. 되도 않은 쪼매난 땅에 허리 다 잘라먹고 서로가 서로에게 극도의 두려움을 안긴 채 전쟁무기 말고는 다른 방법을 하나도 간구하지 않은채 70년을 으르렁거리고 앉아있는 이 인간들을, 어쩌면 먼 우주에서 우리 사는 꼴을 바라본다면 참 웃기게 살고 있는 거지요.

죽기 전에 얼굴 한 번 보자는데 그게 뭐라고! 조영삼씨는 북으로 이인모씨를 만나러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것이 그를 평생 범법자로 내몬 단초가 되었지요. 평양에서 이인모씨를 만나 회포를 푼 건 좋았는데, 이대로 한국에 들어가면 보안법 위배자가 되니까 한국에 안 들어가고 평양에서 베를린으로 가 독일에서 망명을 신청하게 됩니다.

독일은 동양인 망명 신청자가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신변의 중대한 위험이 있음을 인정하고 망명을 받아주지요. 그날 이후부터 독일 땅의 마지막 한국인 망명자 신분으로 노동을 하며 독일에 살고 있을 때 저를 찾아온 것입니다.

천주교 신자였고, 사람들은 자기를 빨갱이로 보지만 단지 사람 하나 만나는 일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느냐, 물었습니다. 평생 자기를 범법자로 만든 유일한 근거는 <분단> 밖에 없다고. 자기는 조국의 평화통일이 유일한 소원이라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작업 중에 다쳤던 거지요. 그리고 마침 저의 전화번호를 경찰에 건넨 것이구요.

치료가 끝나갈 무렵 조영삼씨는 다친 몸으로 더는 망명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 하였습니다. 전향서를 쓰지 않으면 박근혜 정권 하에 입국하는 동시에 체포가 될 것이라 했지만 그는 받아들였고 예상과 하나도 빗나가지 않게 한국 땅을 밟자마자 연행되어 옥살이를 하였지요. 이게 우리의 조국입니다.

상심의 세월을 연명하며 출소 후 밀양에 정착해 오직 통일의 꿈 하나만 그리며 산다고 연락을 받았었는데, 그랬던 그에게 사드 배치 소식은 아마도 이 분단체제를 영구히 고착시키는 대못과도 같은 것으로 여겼을 것입니다.

남과 북이 70년도 모자라 얼마나 더 갈라져야 하는지. 평생의 꿈이던 통일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강대국의 이익 앞에 철저히 짓밟혀야 하는 현실을 한국의 시골땅에서 묵묵히 바라보고 산다는 건 아마도 독일땅에서 망명자 신분으로 살던 세월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밀양성당에서 미사 복사를 하고 있는 아들에게 유서 넉 장을 맡겨 보관해놓으라 하고는 서울로 올라갔지요. 그리고 지난 월요일, 사드 반대를 외치며 분신 후 사망하였습니다. 유가족측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신부님께서 장례위원이 되어주시고 장례미사에도 참석해달라고 말이지요.

다들 평화를 원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평화를 원한다고하면서도 정작 하고 있는 짓은 전쟁을 위해서만 무언가를 합니다. 반면에 평화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말은 평화를 위한다고 하지요. 거짓말입니다.

통일할 마음이 없는 것이고 평화를 정착시킬 마음이 없는 겁니다. 서로 더 큰 칼 뽑아들고 목 밑에 겨누고는 이게 다 평화를 위해서라고? 자기 목숨 지키려 남 죽이는 무기만 잔뜩 쌓아놓고 그게 평화라고 믿는 철창속의 어리석음을 중단할 의지 따위가 하나도 없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
평화를 위해서 누군가 한 평생 걸어온 길을 계속 걸어가버린 이가 있습니다. 통일을 위해 내 목숨쯤 마중물이 된다면 기꺼이 산화되기를 마다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를 위한 장례미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어쩌면 이 거짓말장이들의 전성시대가 모른 척 하는 비극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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