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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7-09-29 08:47:21, Hit : 345)
<악마의 진실>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INTRO)
왜 사람들은 천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마도 세상 사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일 겁니다. 누군가 나를 전적으로, 아무 조건 없이, 완전히 이타적으로 도와주는 손길이 아니라면 도저히 떨치고 일어서지 못하는 고난들을 겪으면서 그랬을 겁니다.

지금 나에게 천사가 필요하다...고 말이지요.

동화적 바램이 아니라, 지나고 나면. 이 시간마저 지나고 나면, 만나게 될 것입니다. 천사의 손길이 내 인생 안에도 무던히 스치고 지나갔다는 사실을!

오늘은 대천사 기념일이며, 메리놀병원 병원장 손창목 가브리엘 형제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함께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악마의 진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요한 1,47)

거짓이 없는 것을 선이라 부릅니다.
도덕적 관념의 지향점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념이나 종교 또한 선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해온 것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보니 선이 지니는 한계 또한 명확해집니다.

선을 추구하거나 전달하는 방식은 순종. 인내. 겸손. 성실 따위입니다. 선은 주로 이런 코드를 통해 요구되거나 혹은 강요되지요. 한마디로 말하면 착하다는 겁니다. 우리는 줄기차게 이런 요구를 받으면서 성장해왔습니다. 착한 어린이.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한 학생.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하는 노동자.

노예를 길들이는 방식. 곧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다스리는 방식에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적응해 왔고, 그 핵심에 <선善> 착하다는 것이 교묘한 기재로 작동되어 온 것은 아닌가! 추궁합니다. 솔직히 저도 그렇습니다. 거친 직원보다는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한 직원이 훨씬 수월합니다.

왜요? 거친 직원은 불편합니다. 듣기 싫은 소리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착한 직원은 내 앞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어지간하면 좋은 소리. 듣기 좋은 소리만 합니다. 그러나 내가 듣기 싫은 소리 속에 어쩌면 이 병원의 실체는 진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월급이 작고, 쪼잔하게 시간급을 30분 단위로 쪼개며 자기 것을 하나도 잃지 않으려 소리를 내는 직원이 밉지만, 실제로 그게 맞거든요. 선한 것은 아닙니다. 선한 사람들은 참습니다. 하지만 독한 사람은 참지 않습니다.

“천사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진실은 악마의 폭로에 의해서 드러난다.”

일찍이 니체가 꿰뚫었던 것처럼, 진실은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 이들 속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한국 사회가 어쩌면 착하고 선한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악마의 폭로를 끊임없이 지연시켜온 덕분에 갖은 부패와 부정이 여지껏 자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고개 들어 현실을 봅니다. 완벽할 수 없고 완전할 수 없는 몰골이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울 앞에 서는 이유는 착하고 선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 도사리는 악마가 모든 것을 집어 삼키지 않기를. 비록 무력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마지막 천사의 인내에 내 영혼을 맡길 뿐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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