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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7-10-31 08:40:17, Hit : 381)
<선물>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선물>

잠깐 가을인가 했는데 갑자기 추워지더만요.
지난 밤 큰 바람 한 번 부니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린 가을이라니!
돌이켜보면 사는 건,
불현듯 당하는 것이고, 간신히 정신 추스리면 어느새 지나가버려
멍한 빈자리가 생경스러워지는, 어설픈 반복이라 생각듭니다.

갑자기 살게 된 것이고, 갑자기 아프게 되는 것이고, 갑자기 떠나가게 되는 것이지요.
아무리 근사한 계획을 쌓아놓고 산다한들 그것이 내 인생에 행복을 가져다준 적은 별로 없습니다. 따지고보면 행복 또한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갑자기 찾아왔고, 심지어 어떤 것은  떠나고 나서야 그것이 진짜였음을 깨닫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이렇게 인생은 갑자기 사는 거고, 아무리 오래 살아도 결국 그 나이는 처음 살아보는 것이니 모두에게 서툰 것은 맞지만, 그래도 거듭하는 햇수가 늘다보니 조금 나아진 것이 있는데, 고상하게 말하면 ‘통찰’이고 안 고상하게 말하면 ‘눈치’입니다.

아주 작은 것들에 대한 <낌새>이지요. 큰 일 같아도 큰 게 아닙니다. 아주 작은 것들로 출발한 결과일 뿐입니다. 작은 게으름. 작은 무관심. 작은 연대와 작은 사랑. 그냥 그런가보다 대수롭지 않았던 별 일들을 가만히 보십시오. 그냥 놔두면 그것이 쌓여 나중에는 나도 어찌하지 못할 큰 사건으로 내 인생을 휘몰아치게 만드니까요.

낌새와 통찰을 눈치 채는 것이 좋습니다. 구원도 마찬가집니다. 우리가 구원을 어떻게 알아들었습니까? 아주 큰 사건으로 비롯된 것인가요? 아닐 겁니다. 신부가 되고 수녀가 되고 신자가 된 것이 어느 밤 꿈에서 계시처럼 벌어진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말씀> 때문이었고, 그 <말씀>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고, 그 <말씀>을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큰 것이 있어서 신앙하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라는 이 작은 것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도 그분의 말씀 한 마디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들음으로서 받아들여졌고 믿음으로서 씨가 뿌려진 것입니다. 믿음을 통하여 뿌리내리고 희망으로 자라나는 것. 그래서 그들의 신앙고백으로 번져 나가 덕행으로 넓어지는 것. 이것을 하느님 나라, 구원이라고 여깁니다.

영적 통찰이 필요한 지점은 여기입니다. <누가 그것을 알아차리는가!>입니다.

이것이 구원임을 알고.
이것이 사랑임을 알고.
이것이 행복임을 알고.

이것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우리의 마지막 하루임을 알고.
아주 작은 것 하나 그대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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