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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소리 님께서 남기신 글 (2004-04-10 00:00:00, Hit : 1147)
열손가락 깨물어.. 나해 대림 2주 화요일

<대림 제2주 화요일 강론>

<열 손가락 깨물어...>

아버지 형제가 7형젠데, 그 중에 셋째인 저의 아버지만 유독 가난했습니다. 단칸방 그 비좁은 곳에서 누나 남동생 그리고 저 삼형제랑, 부모님 이렇게 다섯이 살기도 비좁아 터지는데, 할머니는 그런 저희 집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할머니는 그 단칸방 한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은채 묵주를 놓지 않으시던 모습이 선하기만 합니다.

서울 큰아버지가 자기 아이들 다 유학 보내고 텅텅 비어있는 큰 아파트에 가셔서도 일주일을 못 넘기시고 마리아 아범에게 간다고 부산 저희 집엘 다시 내려오셨습니다. 겨우 중학생이던 저는 그런 할머니가 무지하게 미웠습니다. 그냥 쫌 진득하니 큰댁에 계시지 왜 먹을 것도 제대로 없는 이 집에 와서 이 고생이신가, 이해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조금 더 큰 지금, 저는 그 할머니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듯 합니다. 서울 가셔도 식사도 제대로 못하셨다 합니다. 셋째네 밥도 제대로 못 먹고사는데, 내가 호강을 할 수 있겠냐며 큰아버지가 말려도 한 걸음에 내려오셨다 합니다.

돈이 많아, 턱하니 떼줄 재산이 있으셨던 것도 아니고, 그저 죽기 전에 제일 못사는 아들네와 함께 지내고자하신 그 마음이, 그 때는 왜 그것을 어머니의 사랑이라 몰랐던지요...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습니까만은, 자식이 열이 있으면, 그 중에서도 제일 못한 자식에게 더 많은 애정이 가는 것이 부모님의 심정일텐데... 마치 집 잘 지키는 큰아들 섭섭히 생각해도 매일을 대문 밖에 나앉아 떠나간 둘째 아들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그 아버지의 마음처럼 말입니다.

죄가 많은 곳에 은총도 많다고 하셨습니다.

주님, 여기 참 자식 노릇 못하고 사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해야지 하면서도 안하고, 안 해야지 하면서도 대뜸 해버리고 마는 자식입니다.
그래도 그 아들, 한 가지는 압니다.

저 때문에 더 많이 마음 아파하신다는 걸,
그런 저이기에 더 많이 사랑해주고 계시다는 걸,
그것에 마냥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때로는 우리의 연약함, 우리의 부족함, 심지어 우리의 죄마저도 하느님 은총의 도구가 됨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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