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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7-11 11:16:29, Hit : 254)
<마지막>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INTRO)
‘아빠스abbas’라는 말은 동방교회에서 수도자들이 자신의 영적 스승을 ‘아빠abba’라고 부르는데에서 유래했고, 이 말이 성 베네딕토 수도회에 의해 서방교회에 전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베네딕토 규칙서’를 따르는 수도회에서만 자치 수도원장을 ‘아빠스’라고 칭하고 있지요. 한국에서도 예수회나 프란치스꼬회에서는 ‘아빠스’라는 칭호를 쓰지 않습니다. 서방교회 수도생활의 근간을 마련해준 베네딕토회에만 주어진 이름이라 하겠습니다. 묘하게 한국말과도 잘 일치를 이루지요? 아빠, 입니다. 베네딕토 성인의 기념일에 아빠 하느님께 잘 의탁할 수 있기를 청합니다. 잠시 침묵으로 이 미사를 준비합니다.

(강론)

<마지막>

성경공부라는 것이 희랍어 원문과 영문 주석서를 놓고 신학전공자들이 골몰하듯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한국어로 되어 있는 성경만 펼쳐도 ‘공관복음서’라고 불리는 마태오, 마르코, 루카 복음서 정도는 비슷한 대목이 많기 때문에 서로를 대조를 해가며 보시는 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겁니다.

예수님께서 열두 사도를 뽑으시는 대목은 공관복음 모두에 등장하는데, 마태오 복음서는 마르코와 루카복음에 비해서(그냥 쭉 이름을 나열하지 않고) 제자들의 이름을 둘씩 짝을 지어 서술하지요. 이렇게 짝을 지어놓은 이들은 일정한 특징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짝지들을 ‘영적 형제’로 간주했던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재미있는 것은 마태오복음사가 자신이, 자기의 이름을 소개한 대목입니다. 그는 스스로의 이름 앞에 ‘세리’라는 직업을 명기합니다. 이 직업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불명예스러운 직종이었고, 당연히 마르코복음과 루카복음에는 ‘세리’라는 직업명은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마태오의 이름을 토마스 사도 이름보다 더 앞에 배치합니다.

그런데 마태오는 자신의 이름 앞에 ‘세리’를 굳이 밝히고, 자신의 순서 또한 토마스 사도 뒤로 옮겨놓지요. 세상의 기준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는 구분입니다. 하지만 신앙적인 기준으로는 다릅니다. 복음서를 기록하는 저자의 입장에서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설명을 남긴 것은 두 사람. 자신과 유다 이스카리옷 뿐입니다.

세리였던 자신과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 어쩌면 ‘죄가 많은 곳에 은총도 풍성하게 내렸다.’(로마 5,20)는 성경말씀처럼, 자신의 약함을 드러냄으로서, 도리어 하느님의 강함이 나의 약함을 통하여 일하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전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내가 말이 많고 내가 옳으며 언제나 내가 우선해야 할 때 하느님은 후순위로 밀려납니다. 그렇게 평생을 하느님께 기도하고 의탁하고 평생을 영성체 하면서도 왜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안달복달하느냐?

단순합니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하느님보다 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간당간당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임을 직면한 이들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이 너무 달라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들 중엔 그 누구도 하느님보다 크지 않음을... 오늘 장례미사를 치르는 한 자매의 딸이 저에게 보내온 문자가 있습니다. 그들의 시간이 곧 우리의 시간이 될테지요. 부디 크지 않은 사람으로 스스로를 남기시기 바랍니다.

“신부님. 저는 이 순간 엄마한테 미안함만 남았네요. 마지막에 두 시간에 한 번씩 대소변 가려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짜증을 냈었는데, 지금 보니 엄마는 자기 장례미사까지 다 준비를 하셨네요.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엄마랑 한 달 동안 보내면서 엄마에 대해 37년 안 것보다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엄마는 당신 기도대로 고통 없이, 결장암 4기에 간 전이에, 5주 동안 아무 것도 못 먹고 여기 저기 주사 자국만 남았는데, 진통제도 없이 영양제만 맞다가 저희와 마지막 눈을 마주치시고 편히 돌아가셨어요. ‘예수, 마리아’ 하시면서요... 신부님.  감사해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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