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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9-17 07:51:16, Hit : 328)
<하라시니> 연중 제24주간 월요일 부산평화방송 강론

<연중 제24주간 월요일 평화방송 강론>

부산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부산 메리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영만 세례자요한 신부입니다.

병원은 많은 사람들의 간절함을 매일 같이 만나는 공간입니다. 아픈 이들이 찾아오는 곳이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동행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병원에서 근무하다보면, 가족이나 친구가 병을 앓고 있기에 도움을 청하는 부탁을 종종 받게 됩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전달하시며 꼭 좀 살피고 도와달라 하십니다. 사실 딱히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저에게 많지는 않지요. 다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애타게 도움을 청하는 그 자체는 귀한 일이기에 작은 위로라도 전하려고 애쓴답니다.

사람이 사람을 공감하고 연민하고 사랑한다는 일. 그것만큼 사람에게 귀한 마음이 있을까요? 병원은 분명 아프고 퇴화되고 부서지거나 막혀 고통을 겪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만, 그 고통의 크기만큼이나 함께 아파하고 조금이라도 그 고통을 덜어주려는 이들이 있기에 어쩌면, 사람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만나는 곳이기도 하지요.

생각해보면 예수님께서도 그런 부탁들을 참 많이 받으셨습니다.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던 어머니도 생각나고, 옷자락만이라도 붙잡고 싶어 따라던 여인과, 심지어 어떤 이들은 지붕을 뜯어내어 예수님 앞에 자기 이웃을 내리기도 하였지요.

그들 모두는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만이 주실 수 있는 은총과 위로를 받길 원했지요.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은 다릅니다. 그는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면서도 감히 당신 앞에 서는 것조차 죄스러워합니다. 이방인이요, 점령군의 지배계급인 자신은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조차 없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믿음을 드러냅니다. 하라하면 할 것입니다. 이것이 믿음의 정체요 결단입니다. 당신이 하라하시면 저는 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신원입니다.

신앙인의 정체는 우리 자신 안에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그렇게 믿을만한 존재들이 아닙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해야 할 것은 잘 하지 않습니다. 적게 사랑해도 좋은 것은 많이 사랑하고, 많이 사랑해야 하는 것은 적게 사랑하고 맙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고 나야 비로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는, 어리석은 존재입니다.

우리의 신원을 하느님 안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하느님만이 변치 않으십니다. 우리는 조금 있으면 그것으로 세력을 부리고, 조금 없으면 그것으로 세상 불행 다 짊어진듯 하소하지만, 하느님 눈에 그 자잘한 있고 없음, 그 조막만한 높고 낮음은 부질이 없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자녀이고픈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하라하시면 할 줄 아는 것입니다. 사랑하라 하시면 사랑할 줄을 알고, 용서하라 하시면 용서할 줄을 알고, 나누고 베풀고 섬기라하시면 그것들을 즉시에 할 줄 아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짜입니다. 이유가 나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유가 하느님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무리 많이 알고, 똑똑하고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할지라도 이것들을 즉시에 할 수 없다면, 나는 불행합니다. 믿으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오래 믿으면서도 정작 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내 뜻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 인생이라며, 믿는 이나 믿지 않는 이나 다를 바 없는 불평 속에 살다 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하라시니 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병원 일도 그렇고 신앙 일도 그렇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아시지요? 주님. 당신께서 하라하시니 저는 오늘도 이 일을 하겠습니다. 모든 결과를 주님 손에 맡깁니다. 저에게 주신 이 하루를 충분히 살게 해주시고, 저에게 짊어지어주신 이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오늘 하루. 그분의 일을 행하시기 바랍니다.
부디 오늘도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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