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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6-12 08:54:20, Hit : 341)
<맛집>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맛집>

리어카를 끌고 오르막을 오르는 영감님을 가방 둘러맨 여학생 둘이가
뒤에서 밀어드리는 모습을 봅니다. 왠지 문득 세상 살만하다 싶습니다.
하다못해 지하철에서 자리를 내어드리거나
혹은 먼저 가시라 양보하는 모습을 볼 때도 느끼는 감정은 그렇습니다. 사는 맛이 납니다.

사는 맛은 그런 것입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들을 그래도 하는 사람들이 내는 맛이고,
이로움 때문이 아니라 의로움 때문에 세상을 살아가는 고집들이 내는 맛입니다.
그런 맛을 보게 되면 그래도 아직은 세상이 살만하다, 생각합니다.

사는 맛이 그런 것이지요. 죽을 맛인 사람들의 곁에서 사는 맛을 지켜주는 것.
수십년째 이어오는 위안부 할머니들, 부당해고된 철도 승무원들, 제주 강정 마을과 밀양 송전탑 어르신들, 권력과 자본과 몰양심에 의해 소외당하는 이들 편에 기꺼이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 양심들을 볼 때마다, 경제 발전이니 안보니 떠들면서 결국 제 뱃속 기름기만 채우는 야박한 머리보다는 그나마 따뜻한 심장에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 맛이 우러나게 합니다.

사는 맛은 그런 것입니다.
하다못해 떡 한 접시라도 돌리던 시절, 간만에 실력보다 잘 담근 김치 한 포기 이웃집에 잡숴보시라 심부름을 나서면, 빈 접시 되돌려주지 않으시고 사과 서너개 넣어주시던 이웃 아주머니가 그러셨습니다. “어머니에게 맛있었다 전해줘.”

아직 드시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맛있다!” 하셨습니다. 그 맛이 무슨 맛이겠습니까? 사는 맛이지요! 김치가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고, 맛없으면 얼마나 없겠습니까? 사는 맛은 그런 게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을 맛나게 해주는 겁니다. 살맛이지요.

살맛은 말씀드린바와 같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들. 곧 선한 일들을 통해서 빚어집니다. 선을 행하지 않는다고 큰 일 나지 않습니다. 비록 작은 것이라도 선을 행하면 사람들은 그 선의 근원을 보게 됩니다. 누구나에게 있지만 많은 경우 잠들어 있는, 내 안에도 마땅히 존재하는 선의 근원. 그것이 깨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이 좋은 일을 하는 것만 봐도 사는 맛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늘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16)

하느님은 모든 선의 근원이라고 교회는 고백합니다.
선을 행하면 사는 맛이 나는 이유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있기 때문이지요.

죽을 맛 말고, 부디 사는 맛 넘치는 맛집 인생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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