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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6-22 08:20:28, Hit : 455)
<책 사세요!> 연중 제11주간 금요일

<연중 제11주간 금요일>

<책 사세요!>

신학생 시절에 모시던 주임신부님에게는 두툼한 강론집이 세 권 있었습니다. 가,나,다해로 구성된 전례주기에 따라 신부님은 해당 전례력의 강론 파일에서 그날의 강론을 꺼내어 미사에 올라가셨지요. 신부생활 30년에 남은 강론집 세 권. 어떻게 되겠습니까? 3년마다 돌아가며 같은 강론을 계속 되돌이하게 되는 셈이지요.

물론 그분은 양반에 속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메모지 한 장 쥐고 강론대에 오르거나 혹은 아무 것도 없이 방언 터지듯 쏟아내시는 분들도 있지만, 특별히 성령의 은사를 받거나 혹은 타고난 달변이 아니고서는 그렇습니다. 한 소리 또 하게 되고, 중언부언, 생각하면서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말도 맥락도 겹치거나 꼬이기 마련이지요.

최소한 기록하자. 강론을 잘하고 싶다면 잘 써야 하고, 잘 쓰기 위해서는 여러번 반복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학생 때 평일미사의 강론을 매일 받아썼습니다. 신학교라는 곳이 교구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석박사 신부들이 매일같이 강론하는 곳인데, 최소한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복음을 접근하고 해석하는지, 신부들마다의 특징 중에 나와 맞는 것을 찾아내려면 듣는 것만으로는 안됩니다. 기록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그렇게 7년을 매일 강론을 받아썼으니 그 분량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 습관이 몸에 베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강론이라는 것이 글로 정리되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지론을 갖게 되었지요. 18년을 강론을 했고 최소한 기승전결의 꼴을 갖춘 문장으로 남게된 강론이 3000개 정도 되니까, 그래도 오늘 이 한 번의 강론을 위해 3000번 정도는 연습을 한 결과물로 그렇게 축척되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소한 시작과 마침이 명확하고, 메시지가 명료해야 하며, 가능한 짧은 문장으로 주제를 구현해야 합니다. 그리고 듣는 사람들의 관심과 마음을 이끌어내는 소스는 일상과 세상에서 찾아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몇 가지 원칙으로 이제까지 글을 썼고, 열권짜리 장편대하소설의 분량도 넘칠만큼 부지런히 기록을 남긴 것입니다.

그냥 이 정도 수준으로, 제 자신의 말을 관리하며 사는 것으로 족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그것을 책으로 내거나, 출판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던지는 일은 과유불급이다, 그럴만한 위인도 못되고 깜냥도 아니라 여겼지요. 다만 안식년이 주어지면 그동안 써놓았던 원고들을 한번쯤은 정리는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그러던차에 전국가톨릭간호사회 피정을 부산간호사회에서 주관하게 되었고, 교구마다 돌아가면서 개최를 하는 거니까 거의 십수년만에 한 번 치르면 되는 일을 하필, 제가 지도신부로 있는 올해, 그것도 행정부원장 마지막 소임의 해에 큰 피정을 치루어야 하니 기가 막히데요. 그래서 간호사들에게 기도하자, 그랬습니다.

간호사들이 착합니다. 6월 23일 피정하니까, 매일 아침이나 저녁 6시 23분에 피정준비를 위한 기도를 봉헌해주시고 그날 복음의 한 꼭지에 짧은 묵상을 얹어 드릴터이니 함께 마음들을 모으자 했습니다. 그렇게 또 100일을 살았네요. 매일 새벽 6시 23분. 100일을 전쟁 치루듯 살았습니다. 새벽 미사 강론은 안 쓰면서도 간호사회 모임방에 묵상글은, 제 스스로쳐둔 덫에 걸려 죽어라고 올릴 수 밖에 없었지요.

글이라는 게 틀면 나오는 자판기도 아니고, 시간을 넘기는 날도 많았고, 쥐어짜듯 탈고하고 나도 탐탁지 않은 글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다 주님 주시는 것이라 여기고 하루하루 마감 지은지 100일이 지나고 어느새 내일이면 전국에서 305명의 간호사들이 부산 해운대에 모여 ‘그분께서 해 주신 일 하나도 잊지 마라.’는 시편 말씀을 주제로 피정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100일을 걸어온 매일의 묵상을 정리한 <어떤 백일, 너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행사장 규모가 커져서 예산보다 지출이 많은 피정이라 뭐라도 팔아서 원금은 보전해드려야 하는데, 간호사들이 ‘신부님 글을 책으로 출판해 팔아보자.’ 하여, 민망함 감추고 모르는 척 따라온 일이 예까지 이른 것이지요.

어제 출판한 책이 나왔습니다. 제 인생에 첫 번째 책이 출판된 것이지요. 평생을 그 고생하시고도 당신 자선전 한 권도 남기지 않으신 이 땅의 숱한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을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나, 언젠가 한 번 정도는 내 이름이 새겨진 책 한 권에 대한 미련은 있었던 것인지, 감회가 남다릅디다.

시간 남아 책 쓰는 것이 아니니,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내일이라도 제가 죽으면 조영만신부의 유작이 될 것이니, 책이 필요하신 분들은 빨리 사시기 바랍니다. 딱 천부만 팔 겁니다. 오늘 미사에 함께 하신 메리놀병원 수녀님들은... 그냥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일부터 양일간 피정 들어갑니다. 무쪼록 하느님 사랑을 많이 체험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고, 다음 주간은 1지구 사제단 피정이 지리산 피아골 피정집에서 있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책, 필요하신 분들은 댓글 남겨주세요. 피정 후 남게 된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부스러기 지치고 힘든 그들에게 주님의 위로가 함께 하길 기도드려요~~
신부님 피정 끝나면 책 떨어질까봐 지금 직접 사고 싶은데 어디서 살 수 있나요??
  2018/06/22  
뭐... 책이 다 떨어질 것을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이곳에 계시는 분들께 모두 선물하고 싶으나, 부산가톨릭간호사회의 회비로 출판한 것이라 제 임의대로 처분할 수 없음을 이해해주세요. 책은 1000부를 찍었고 한 권에 만원으로 피정참석 간호사들과 각 협회 간호사들에게 강매(?)할 예정입니다. 하삼두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제 묵상글 뿐 아니라 하삼두 선생님의 묵상그림도 함께 감상하실 수 있어요. 댓글에 성함과 주소를 남겨놓으시기 부담스러우시면 이곳 쪽지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아니면 카카오톡 ID : bapcho 로 연락처와 신청부수를 남겨주시면, 신청부수만큼은 따로 빼놓고 내일 피정 현장에서 판매하겠습니다.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2018/06/22  
광야소리를 클릭하시면 저에게 쪽지를 보내실 수 있어요!   2018/06/22  
루시아 신부님께서 쓰신 강론집.출판하심을 축하드립니다
귀한 말씀 만나게 됨을 기뻐합니다
5권 예약합니다. 기쁨감사알렐루야💕
  2018/06/23  
노정호 신부님 <어떤 백일, 너 나를 사랑하느냐?> 출판하심을 축하드립니다. 5권 예약합니다.

주소: 우편번호 44539 울산광역시 중구 종가3길 25 함월고등학교 노정호(010-2585-8176)
  201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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