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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5-03 08:40:44, Hit : 363)
<니 일 내 일>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니 일 내 일>

야간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치료 가운데 소변줄을 삽입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만큼 환자가 위급한 것이지요. 이것을 누가 해야 되겠습니까?

응급실 진료과장이 해야 하겠습니까? 담당 전문의가 해야 하겠습니까? 당직을 맡은 전공의가 해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인턴 수련의가 해야 하겠습니까?

응급실 과장은 전공의가 있는 과의 환자 도뇨관 삽입은 못하겠다 하고, 전공의는 자기들 일이 아니니 못하겠다 하고, 진료과장들은 그런 일은 병원에서 돈을 더 줘서 누가 하게 시키거나 아니면 응급구조사를 더 채용하라 합니다.

이게 뭐하자는 짓들입니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지요. 응급한 환자에게 의료적 도움을 주어야 할 사람은 누구입니까? 가장 가까이 있는 의료인입니다! 그 밤에 책임을 맡은 의료인이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가장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의료인입니다. 환자 눕혀 놓고 이건 내 일이니 니 일이니 따지는 꼬락서니를 현장에서 목격할 때마다 정말 배신감을 느낍니다.

교회가 당신들 때문에 이 병원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가 숱한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꾸역꾸역 이 병원을 유지하는 것은
그래도 교회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아픈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치료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이 없으면 당신도 없고, 그들이 없으면 이 병원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뭐라고, 쥐뿔 소변 줄 꼿는 것 그것 하나 가지고 파업을 하네, 돈을 더 내놓거나 아니면 그 일만 하는 사람들을 더 뽑으라고? 이 사람들이 정말 의료인이 맞나? 그렇게 지 일 내 일 따져가며 할 만큼 우리들이 대단히 특별한 존재들인가! 자존심과 이기로 똘똘뭉친 집단의 볼썽사나운 마음을 만날 때마다 정말로 딱 집어치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환자 여러분.
못나고, 속 썩이고, 시끄럽게 하고, 해줘도 고마운 줄도 모르고, 상스럽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숱한 인간들. 인간들은 있는 것들이나 없는 것들이나, 배운 것들이나 못 배운 것들이나 결국 다 자기 잇속 하나 놓고 저렇게도 생난리를 피우지만, 그런 인간들 하나하나 당신 자비에 비켜 세우지 않으신 하느님 당신 때문에!

내가 이 정도 힘든 것 가지고 못하겠어요... 포기한다면, 그래서 이 정도 꼬락서니로라도 도움 받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전해질 도움과 치료와 돌봄을 포기한다면, 나는 잠시 잠깐 이 꼴을 볼 뿐이지만, 한 평생 이 꼴 저 꼴 다 봐오신 하느님 앞에서 나 살겠다고 도망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어 꾹꾹 참을 뿐입니다.

큰 것 바라지 않습니다. 예수의 일을 보고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이라면 제발, 그 예수의 일을 하는 것에 충분함이 있기를 바랍니다!

큰 성인되자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군자가 되자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예수의 일을 따라, 아픈 이들을 돌보고 병든 이들을 치유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감싸주는 것. 그것을 하자는 것 뿐입니다. 니 일 내 일 그렇게 가리는 사람치고 구원 받은 자 드문 것은 지당한 사실입니다.

루시아 아멘!! 신부님 감사드립니다.
저의 보잘 것없는 사랑이라도...
생명의 싹을 틔우는 작은 밑거름이 되면 좋겠습니다.
  20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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