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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5-31 08:47:04, Hit : 288)
<방문객>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

<방문객>

독일에 살고 있는 터키 사람들을 보고 놀라는 장소가 있습니다.
공항과 병원입니다.
공항에 터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습니다. 어디 단체여행이라도 가는가... 싶었는데
정작 비행기는 한 두 사람이 탑니다. 그렇게 왁자지껄 환송을 하고서는
우루루 몰려 돌아갑니다.

병원도 그렇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병문안도 잘 안갑니다. 가봐야 한 두 사람이지요.
하지만 이때도 터키 사람들은 또 우루루 몰려갑니다. 병원에서 제한을 해도 할 수 없습니다. 자기들은 만나야 한다는 것이고 가족이라는 것입니다. ‘패밀리즘’이 그렇게 강한 민족도 없을 듯 합니다.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새 한국에서는 병원문화를 개선한다고 문병객들을 제한하고 있는데 사실 한국 사람들의 정서도 터키 사람들과 유사한 민족입니다. 방문을 하고, 남의 집을 찾아가고 아픈 이를 찾아가는 것이 큰 미덕이었습니다. 그리고 방문을 받는 입장에서는 괜찮타... 하면서도 그게 그렇게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지요.

그냥 오지 않습니다. 주고 싶은 마음이 오는 것입니다.
작은 위로와 염려의 시선, 그렇게 나를 주려고 오는 것입니다.
방문은 그런 것이지요. 나를 내어주고 그를 돌려받는 일입니다.  
그의 마음, 연민, 따뜻함.
방문은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아무나 오지 않고 아무에게나 가는 것도 아닙니다.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그를 방문합니다.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그를 방문합니다.
나를 잡아줄 수 있는 그를 방문합니다.

들어도 알아듣지 못할 기막힌 속내가 풀어지기 시작하고
인간의 힘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 운명의 밑동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태중의 아기마저 뛰놀았을 때 비로소
방문객이었던 이는 주인이 되었고, 주인은 도리어 방문객이 됩니다.

위로하던 이가 되려 위로를 받고, 봉사하던 이가 오히려 봉사를 받습니다.
은총은 그런 것입니다.
내가 받은 것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알아듣는 일입니다. 그것이 은총입니다.

위로가 더 큰 위로를 낳았고, 이해가 더 큰 이해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채
방문은 끝이 났습니다.

신학교 시절, 감기가 들어 혼자 누워 있을 때에 방문을 두드려주었던 친구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그렇게 간절해집니다.

참 고마운 방문객들이 많았고, 그들 속에 하느님이 계셨습니다.
누군가의 문을 두드리는 오늘이 되기를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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