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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6-11 08:34:17, Hit : 299)
<이데올로기> 연중 제10주일

<연중 제10주일>

<이데올로기>

믿음과 두려움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같이 있는 것이지요. 믿지 못하기 때문에 두렵고, 두렵기 때문에 믿으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로 태어났을 때 우리 모두는 울었지요.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차지하고 쌓으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배우고 차지할지라도 그 두려움의 질량이 줄거나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저는 병원에서 근무합니다만,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도 다 자기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똑같이 느낍니다. 그래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그 두려움과 한계를 극복하거나 해소하기 위해 하나의 믿음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것은 돈일 수도 있고, 신앙일 수도 있고, 강력한 힘이나 무기나 혹은 제도와 조직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인간 실존의 근저인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몸부림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나의 두려움의 해소를 위해 타인의 삶을 구속시키거나 혹은 공생을 파괴하는 위한 방식이라면 곤란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이데올로기라고 부르지요.

이데올로기는 정치제도나 철학 혹은 사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절대화하는 것입니다. 내 것만 옳은 것이지요. 나의 방식만 무조건 옳고 너의 방식은 그르다는 것. 그것이 이데올로기이고, 이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모릅니다.

현재 한국은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무탈한 시절이 언제였을까 싶을 정도이지만 지금 벌어지는 국면에서 보이는 기현상들, 그러니까 평화로 나아가자는데에 그거을 막고 서 있는 무리들을 봅니다. 우리가 한 두 번 속았나, 절대로 믿을 것들이 못된다. 또 우리를 속이고 전쟁을 벌일꺼다. 두려움을 조장하고, 그 두려움으로 자기네 잇속을 차리는 집단을 봅니다.

자기 생각만 옳은 것이지요. 그래서 거기로부터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피곤한 일입니다. 단순히 고집쎈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알고 자기만 옳음을 절대화하는 사람은 정말 피곤합니다.

지하철에서 열렬한 개신교 할머니가 선교한답시고 "예수천당, 불신지옥" 떠듭니다. 노신사가 "거, 조용히 좀 합시다." 한 마디 하니까 할머니는 째려보면서 구호를 바꿉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사탄아, 물러가라!"

예수 안 믿는다고 졸지에 사탄이 된 것입니다. 누가 사탄이고 누가 악마입니까? 신구약을 통틀어 '디아볼루스'라고 통칭되어지는 사탄 혹은 악마는 모두 49차례 사용되는데 거의 대부분이 빛과 구원이신 하느님께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방해하고 막아 세우려는 어두움과 멸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데 사용됩니다.  

성경 시대의 사람들에게 세상은 선과 악이 벌이는 영적 투쟁의 전쟁터였습니다. 그리스도는 빛이요 생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빛이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이 세상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간단합니다. 자신들만이 선이고 선민이기 때문이지요. 우리와 같지 않은 타인이 선을 주장한다면 그것은 사탄에게 물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분법적 논리가 오늘도 지하철에서 고스란히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선과 악. 누가 결정하지요? 하느님만이 하십니다. 하느님만이 선하시고 하느님의 방식만이 선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사람을 판단하거나 단죄 하는 데에 있지 아니하고, 사람을 살리시는 일입니다! 검은 사람, 붉은 사람을 나누지 않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꺾인 것은 세우시고, 죽은 것은 일으키십니다. 오로지 이것만이 선한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선하고 공산주의가 악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살리고 영혼을 구령하는 것이 선한 것이고, 사람을 죽이고 영혼을 말살하는 것이 악한 것입니다. 계급이 사람을 죽이든, 권력이 사람을 죽이든, 돈이 사람을 죽이든, 생명을 죽이는 것은 모두 악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영혼을 파괴하고 상생과 공존의 지혜가 아니라 독점과 독생이 판치게 한다면 그게 자본주의가 됐든 공산주의가 됐든 민주주의가 됐든 악한 것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모든 것이 '이데올로기', 자기만 옳다는 이데올로기, 자기는 선하다는 이데올로기, 자기는 구원받았다는 이데올로기! 예수께서는 그런 이데올로기를 집어치우신 분이십니다. 오로지 하느님을 전하셨습니다.

바리사이들은 그런 이데올로기를 거부한 예수를 "사탄"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마귀의 힘으로 마귀를 쫓아낸다는 논리적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면서까지, 예수를 사탄의 하수인으로  몰아세우려 했습니다. 비극입니다.

그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예수께서는 다른 것을 보여주지 않으십니다. 다만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고쳐주십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만 하셨습니다. 이데올로기에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는 이들을 보며 가엾은 마음을 발원하신 분이셨습니다.

도대체 뭐가 선이고 무엇이 악한 것입니까? 힘 있는 자가 선하다 하면 선한 것이고 권력자가 악하다 하면 악한 것입니까? 나와 같이 생각하면 선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악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사탄은 거기에서 출몰합니다.

나와 함께 생각하지 않는 자를 아무렇지 않게 죽이고 거리낌 없이 불태우는 그 독한 마음이 사탄이요, 나는 언제나 옳고 너는 언제나 그른, 그 오만한 마음이 악마입니다. 사탄과 마귀는 결국 사람을 죽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 기운을 차리게 하는 일, 생기를 돋우게 하는 일, 신명이 거듭나게 하는 일, 선한 의지를 실행하게 하고, 북돋우고 활기를 주며 자유와 평화를 마음껏 누리도록 보살피고 다독거리는 일이 선한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데올로기의 수호자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수행할 뿐입니다. 부디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을 보아주십시오. 옳고 그름의 눈이 아니라, 하느님 자비의 눈으로. 그들을 보아주십시오! 아멘.

루시아 사람을 살리는 일, 기운을 차리게 하는 일, 생기를 돋우게 하는 일, 신명이 거듭나게 하는 일, 선한 의지를 실행하게 하고, 북돋우고 활기를 주며 자유와 평화를 마음껏 누리도록 보살피고 다독거리는 일이 선한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아멘~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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