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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4-23 06:28:40, Hit : 254)
<있어줌> 부활 제4주간 월요일

<부활 제4주간 월요일>

<있어줌>

요한복음의 고유한 특징이 줄을 잇는 부활의 메시지입니다. 나는 빵이고, 나는 양들의 문이며, 나는 착한 목자입니다.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 기능적 측면은 존재를 설명하는 부언에 불과합니다. 기본은 <함께 있는 것>, 그것입니다. 이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범일동 보좌신부로 봉성체를 다닐 때의 일입니다. 아직 쉰도 되지 않은 젊은 부인이었는데 교통사고로 인해 목 밑으로는 아무 것도 쓰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었고, 그런 그녀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짜리 딸이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하는 그녀의 방은 딸이 가져온 다양한 상장들로 도배가 되어있었고 자기 몸이 이래서 딸에게 못해주는 것들에 대해 늘상 미안해했지요.

언제나처럼 봉성체를 위해 그녀의 방문을 열려했는데 방에서 야무지게 야단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도 딸이 뭘 잘못한 모양인데 제법 큰 소리가 들려 문 밖에서 기다렸지요. 곧 딸이 나와 울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나 속이 상할까, 싶어 우는 소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엄마를 미워하지 말라고 했지요.

그 때 딸이 그랬습니다. 우리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그래서 우는 거라 말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딸은 야단을 맞아도, 그런 엄마가 불쌍해서 웁니다. 기능적으로 그녀는 엄마로서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딸에게 그런 엄마마저도 있는 것 자체로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었지요.

뭘 해주어야 부모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호로자식이지요. 단지 계셔주시는 것. 그것만으로 감사하고 이미 충분한 존재가 부모입니다. 하느님도 그렇습니다. 뭘 해주어야 하느님이고, 해주지 않으면 ‘안 하느님’일 수가 없습니다. 단지 계셔주심만으로 충분히 감사한 하느님이어야 합니다.

내 기도를 들어주시면 하느님이고, 들어주지 않으면 안 하느님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은총 받겠다고 오만 데를 들쑤시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내 몸 아프고 내 뜻대로 되지를 않고 내 자시들이 내 마음 같지 않다고 하소연할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있는 것, 그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는 그것을 잃고 나면 통곡하며 깨달을 일이니까요!

행복이 딴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있어 줌>만으로도 얼마나 크게 감사하며 살 줄만 안다면, 목 밑으로 아무 것도 못 쓰는 사람마저도 그 행복에서 제외되지 않음을 우리는 압니다. 뭘 많이 하고, 뭘 잘해서 구원받는 주제들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그럴만 하기에 사랑하시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내가 있어주어 고맙다 하신 분. 우리 하느님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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