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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2-22 08:25:09, Hit : 356)
<Mea culpa>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INTRO)
본디 2월 22일은 죽은 이들을 기억하던 고대 로마의 관습일이었고,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이 날이 되면 교회의 두 기둥이던 베드로와 바오로의 무덤을 참배하였습니다. 훗날 6월 29일 두 성인을 함께 모시는 축제일이 생겨나면서, 오늘 2월 22일은 자연스럽게 베드로의 무덤, 곧 바티칸 대성당 지하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진 사도좌를 경축하는 기념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의 무덤 자리가 전 세계의 사도좌로 뻗어나갔던 것이지요. 죽음 자리에서 비로소 인간은 무엇인지를 기록하게 될 것입니다. 잠시 침묵으로 이 미사를 준비합시다.

(강론)

<고백>

소위 전문가 집단이라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가장 큰 실망 또는 한계는, 바로 고백의 힘을 상실했을 때입니다. 분명히 문제가 있고 잘못이 있고 실수와 실패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것이 나의 잘못이고 나의 책임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알기는 많이 압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내가 아니라 남이 잘못한 것이고, 우리 집단이 아니라 다른 집단의 고질적인 병폐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다고 진단합니다. 뭐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 안일한 편리가 반복되면 병원이라는 한 공동체는 결국 아무 것도 바꾸지도 고치지도 못한채 ‘탓’만 남게 됩니다. 불행한 일이지요.

인간이 동물과 다른 많은 차이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간은 고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리고 이 민감하고도 예민한 촉수가 살아 있을 수록 인간은 대단히 고등한 감정의 원형을 유지하게 됩니다.

교회가 세상의 수많은 집단 가운데에서도 가장 극명한 차이를 갖는 지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고백의 힘’을 바탕으로 이 교회는 설립되었음을 기억합시다. ‘Credo끄레도’를 고백하고, ‘신조’를 고백하고, 나아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마땅치 않은 나의 죄를 고백했습니다. 이것이 교회를 출발시켰습니다.

초세기 교회 전례를 살피면,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공동체 앞에 나아와 자기 죄를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참회한 이후 비로소 만찬례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하지요. 그런 흔적이 남아 오늘도 미사를 시작하며 Mea culpa, Mea maxima culpa. 가슴을 치는 참회의 시간이 따로 배려되어져 있는 것입니다.

‘메아 꿀빠’ 내 탓이고 내 죄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미사와 함께 종료됩니다. 그러니 불행합니다. ‘메아 꿀빠’가 없으면 함께 사는 사람이 원수고 같이 사는 공간이 지옥입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좌 축일에 어찌하여 그가 교회의 반석일 수 있었는지, ‘어떤 베드로’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가 주어졌는지 다시 곰곰이 살펴본다면, 이것은 베드로의 ‘인격’이 아니라 그의 ‘고백’의 결과물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습니다.

부디 고백의 힘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나의 잘못입니다.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이 말을 한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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