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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4-02 08:29:01, Hit : 293)
<빈 무덤> 주님 부활 팔일 축제 내 월요일

<부활 팔일 축제 내 월요일>

<빈 무덤>

부활로부터 시작되어 승천하시기 전까지의 40일, 성령강림까지의 50일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제자들을 위한 <재교육 시간>입니다.

3년을 동거동락하며 배우고 익혔건만
사랑보다 더 강력한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들에게 스승의 가르침은 죽음 직전까지만 유효한 것이었고,
그래서 죽음 앞에 선 그들은 꽃잎처럼 흩날렸던 것이지요.

스승의 무덤이 비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부활은 죽음이 지닌 공포의 민낯이 공허空虛,
<비어있을 뿐>임을 드러낸 첫 번째 사건입니다.

어쩌면 죽음은 모든 것이 ‘비어져버리게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중세 교리 어디쯤 지옥이라는 곳의 뜨거운 기름 솥에 떨어져 지글지글 끓어야 한다는 공포가 아니라,
어쩌면 죽음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
알량한 육신의 껍질마저 모월 모시에 이르면 백골이 난망하게 사라져버리고,
나라는 한 인간의 의미와 존재마저도 말끔히 비워져버리게 된다는 극한의 허무.

빈무덤은 그것을 바라보게 합니다.
무덤이 비다니!
죽은 자들의 겁떼기를 보관하는 곳인 무덤의 입장에서는 이 얼마나 허망한 일이던가!

죽음이 빈 것을 보게 하시고,
그곳을 채워야 하는 것은 두려움과 불안, 공포와 절망이 아니라, 사랑일 뿐이라고.
죽음마저도 사랑일 뿐이라고!
그러니 이제는 더 이상 죽음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죽음에서 일어나신 분.
죽음의 보관소인 무덤마저 비게 만드신 그분께서 내미신 첫 번째
교육장은 그래서 ‘갈릴래아’입니다.

갈릴래아는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났던 곳입니다.
갈릴래아에서 당신은 내 이름을 부르셨고,
그곳에서 우리들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의 첫 사랑을 시작하였지요.

물질이나 하던 나를 일일이 이끄시며 가르치셨습니다.
어떻게 사랑해야 하고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셨습니다.
끝까지 사랑하는 법, 그리고 끝까지 희망하는 힘을 아낌없이 쏟아내셨습니다.

그런 곳, 갈릴래아입니다.
첫 마음이면 못할 것이 없고 첫 사랑이면 물불 가리지를 않았으며
심지어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세월이 내게서 앗아가 버린 건 청춘이 아니라 ‘그 마음’입니다.
아무리 손해를 봐도 마냥 좋았던 순정의 다짐과 그 첫 마음...

다 주어서 좋았는데, 어느새 다 가져야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게 좋았는데, 어느새 사랑 받는 것에 매달립니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자랑스러웠는데,
어느새 내가 인정받고 내 자랑 받는 게 좋아집니다.
하나도 없던 내가, 조금 잃은 그걸 가지고 억울해하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갈릴래아로 가자는 건, 다시 첫 사랑, 생명을 나누자는 겁니다.

죽음은 비었으니 어떤 지경이라할지라도 우리는 생명을 채우자 하신 분.

덩그러니 비게 되는 것만 두려워하지 않으면
우리도 부활할 수 있으리라, 어렴풋해집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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