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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3-16 06:29:44, Hit : 338)
<얼굴> 사순 제4주간 금요일

<사순 제4주간 금요일>

<얼굴>

거울을 보면 나를 다 보는 줄 압니다.
하지만 한참 동안 멍하니 그걸 쳐다보면
거울 속의 그 사람이 낯설어집니다.

“당신은 누구요?”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이 왜 그 속에 들어 있는거요?”

어둡고, 퉁명스러우며, 상처받은, 그리고 늙어버린.
세상 사람들은 이 얼굴을 보며 나를 안다 하겠지만,
아닙니다. 나조차 나를 다 알지 못합니다.

예수를 두고 사람들은 “그를 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들에게 말씀하시지요.
“너희들은 나를 알지 못한다.”

그들이 안다고 말하는 그는 육적 인간에 한정됩니다.
어디에서 왔고, 어느 동네 사람이고, 부모는 누구인지,
그것만을 알 뿐이지요. 그것이 그들이 안다고 단정한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 전부 속에 영적 인간은 제외됩니다.
동정녀에게서 태어나신 그분 속에 깃든 하느님의 신성.
하느님으로서의 그분에 대하여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나는 나 스스로 온 것이 아니다.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신데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한다.”(요한 7,28)

그분을 모르기 때문에 그분이 보내신 분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소립니다.
그렇게 평생을 믿고도, 그렇게 평생을 기도하고도,
지금 함께 살아가는 이들 속에 깃든 하느님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인생들은 그렇습니다. 알아도 아는 것이 아니고,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며, 뭘 해도 뭘 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평생을 모르고 이 짓을 한 것이지요.
어쩌면 평생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상처받고, 깨지고, 부수어진 것이지요.
우리는 겨우 그런 얼굴들을 하고 삽니다.

오늘 종일토록 거센 바람이 분다고 하지요.
나무처럼 밖에 서서 얼굴을 씻을 일입니다.
어쩌면 이 바람의 얼굴을 나무가 더 잘 알고 있을테니까요.

한꺼풀 한꺼풀 이 얼굴을 다 벗기고 나면
이 속에도 하느님이 함께 하시길, 그것만을 청할 뿐입니다.

루시아 나무처럼 밖에 서서 얼굴을 씻을 일입니다.....아멘.   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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