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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2-05 08:49:40, Hit : 321)
<메리놀> 성녀 아가다 동정순교자 기념일

<성녀 아가다 동정 순교자 기념일>

(INTRO)
다들 잘 아시는 것처럼 ‘아가다’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agathe’(선하다)에서 나왔다고 하지요. 한 사람의 이름이 아가다가 되기까지 그녀의 가슴은 불로 달구어진 쇠고챙이에 찢겨 떨어져 나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를 선한 사람으로 규정짓는 경향성을 지니고 있지요. 그러나 그것은 혼자, 혹은 자기의 뜻에 부합하는 상황 하에서만 허용될 뿐입니다. 진짜 선함이 드러나는 것은 그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에서지요. 나를 짓누르고 억압하며 나의 뜻에 반하여 벌어지는 상황 하에서도 나는 과연 선한 사람인지를 묻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선한 사람... 좋지요. 다만 내 뜻과 다를 때에도 능히 그런 사람인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선한 사람 혹은 좋은 사람. 아가다. 축일에 잠시 돌아보게 됩니다. 잠시 침묵으로 이 미사를 준비합시다.

(강론)

<메리놀>

사상 모라 요한 성당에서 신앙하시는 한 형제님이 그러십니다. 50년 전에, 열 살도 안된 여동생이 미군 트럭에 치여 사경을 헤맬 때 찾아갈 병원이 제대로 없었답니다. 동내 사람들이 빨리 메리놀로 가라고 해서 동생을 들쳐 엎고 갔더니 이미 병원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병원 입구도 못 들어갔다지요. 그래서 병원 밖에서 울고 있는데 외국인 수녀님이 오셔서 자초지종을 묻더니 자기 남매를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가서 빨리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해주셨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형제님에게 메리놀은 동생을 살려준 병원으로 평생 기억하고 계시는 것이지요.

이런 히스토리가 참 많은 병원입니다. 생각해봅니다. 50년 전 메리놀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의료장비가 지금처럼 많았을리도 없고, 의료인력은 말할 나위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어느 해 기록을 보면 무려 100만명 가까이 치료했다는 자료가 남아 있을 정도이니 도대체 어느 정도의 장비와 인력과 약제를 가지고 그들을 치료할 수 있었을까?

이런 걸 겁니다. 당시 한국 병원의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기 전이니, 사람들이 아프면 찾아갈 병원 자체가 별로 없었을 것이고, 병원에서 대단한 수술을 받거나 혹은 최신 진단 장비로 검사를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나마 병원 문턱을 넘어섰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가졌을 심리적 안정감은 대단했을 겁니다.

뭐 특별한 것 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의사 선생님 손길 한 번 만나보고 간호사의 주사 한 대 맞는 것만 해도 아주 대단한 치료라고 여겼을 시절이니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생각합니다. 최소 하루에 2-3000명 씩 몰려드는 환자들을 감당해야 했었을 그 걍팍한 시절에 메리놀이 지니고 있었던 사랑의 크기.

오늘 복음 앞에서 꺼내게 되는 역사의 한 페이지입니다. 예수님께서 계시다는 곳마다,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그 지방을 두루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데려오기 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예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옷자락에 손이라도 대게 해달라.” 청하였다는 것이지요.

불과 50년 전 메리놀병원 앞에서의 상황이 매일 그랬을 것입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았으나 그들 중에 단 하나도 내치지 아니하시고 일일이 품에 안으시던 그분을 몸소 살아낼 수 있었던 메리놀. 저는 어쩌면 그 때의 메리놀이 더 행복한 메리놀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어짜피 돈 벌려고 만들어진 병원이 아닌 다음에야, 이 병원이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고, 다만 찾아오는 한 사람 한 사람, 그 때 그 마음으로 끝까지 품어내는 것. 그것이 행여나 또 50년이 지나 누군가의 입에서 또 하나의 역사로 되돌아오기를 청해봅니다. 이미 주님의 복음이 수천 년을 관통하여 지금도 그런 것처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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