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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7-11-16 08:41:38, Hit : 366)
<하느님 나라>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하느님 나라>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직원들이 먼저 알아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안들이 있습니다. 어짜피 좋은 결과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일찍 알려서 불안정한 시간과 감정에 시달리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늦게 통보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병원이 개인을 배려하지 않고 친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결정을 개인이 따르지 않을 수가 없으나 그래도 애써 일해온 열정과 노력을 생각하면 미리 상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은 분명합니다.

모두가 병원의 이익을 위한다는 가치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가치를 실행하는 과정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것을 지향하지만 요구하는 것은 제각각이니, 어렵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이 ‘언제 오겠느냐?’고 질문하는 <하느님 나라>와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의 <하느님 나라>가 같은 나라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루카복음 17장 전체를 관통하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전반적인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바리사이의 질문 속에 전제된 하느님 나라와 예수님의 대답 속의 하느님 나라가 온전히 일치하여, 마치 노아와 롯의 시대처럼 세상이 무너지고 난 다음 하느님의 권능, ‘엑수시아’에 의해 완전히 장악된 <새 하늘 새 땅>이어야만 한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너희 가운데에 있는>, 혹은 <있다고 하신> 하느님 나라는 접근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유한하고 불안정적이며 욕망과 두려움이 혼재된 세상입니다. 바리사이는 이 세상이 언제 끝나느냐를 묻는 것이고,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 속에 이미 하느님의 주권이 지배하는 새로운 세상이 함께 자라나고 있다고 대답하시는 것입니다.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지요.

살면서도 다 모르는. 하면서도 충분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옳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했던. 지금 살면서도 다 알지 못하는 내 속과 당신의 속이 완전히 다르다거나 온전히 똑같을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턱없이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밖에 살아가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다 알면서도 우리는 사실 이 정도 밖에 못 살고 있는 겁니다! -, 하느님이 함께 하신다면 이것마저도 충분한. 이마저도 괜찮고. 이 정도도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되어주십니다.  

하느님 나라가 언제 오는 것이고, 어떻게 진행되며, 심지어 어떤 것인지 달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나라가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믿는다는 건. 그렇습니다.

새 하늘 새 땅에서 주어질 새로운 생명을 오늘 이 하루 안에서 제 나름대로 살아볼 수는 있는 겁니다. 큰 것 아니고, 다만 새롭게 산다면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배려하기를. 저마다 생각하는 하느님 나라가 다르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를 통해 누구 하나에게라도 도움이 되는 나라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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