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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7-12-07 08:44:04, Hit : 334)
<손과 발> 성 암브로시오 주교학자 기념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손과 발>

옛 선현들이 인재를 등용하거나 가려낼 때 사람 보는 기준을 흔히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하였지요. 몸가짐을 보고, 말솜씨를 보고, 글재주를 보고, 그다음 판단력을 보라. 그래서 ‘신언서판 후 등용’이라 하였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다보니 만나게 되는 많은 업자들이 있습니다. 한국에 무지 많은 ‘사장님’들이지요. 얼굴도 말끔하고 말도 되게 잘하고 기름 장어처럼 딱 맞아 떨어지게 맞추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 믿고 계약서 썼다가 계약 기간 내내 마음고생 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얼굴은 얼마든지 바꿀 수가 있고 말도 크게 믿을 것이 못됩니다. 몇 년 중생들 속에서 속 앓이하다 깨달은 바가 있다면, “얼굴 보지 말고 손을 보고, 말재주 보지 말고 발을 보라!”는 겁니다.

그 사람이 진짜로 일 잘하는 사람인지는 얼굴이 아니라 손에 있고, 그가 정말로 성실한 사람인지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발에 있습니다. 뛰어다니는 속도가 다르고 마주하는 손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 얼추 틀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는 사장님 중에 한 분은 지난 5년 내내 작업복만 입고 나타납니다. 그것도 갖은 험한 흔적이 잔뜩 밴 옷인데다가 거칠기 이를 데 없는 작업화만 고집합니다. 말을 많이 안 합니다. 실력으로 보여줍니다. 한 번은 하도 민원이 들어와서 상의를 했더니, 환자들 뜸한 주일날 오후에 혼자 병원 와서는 오더를 주지도 않은 일을 하고 있길래 대답이 그렇습니다.

당신 돈으로 먼저 시공해놓을 테니 효과가 있으면 돈 달라합니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소리지요. 그리고 결과는 당연히 민원이 쏙 들어갈만큼 효과가 있었으니 돈을 드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분이 공사해놓은 곳이 바로 이 메리놀병원 성당입니다.

말 좋은 사람들은 많지만 손 좋은 사람은 드뭅니다. 신자들이 성체를 영하러 나왔을 때도 사제는 손을 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으로 성체를 받아모시는지 손을 보면 압니다.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것, 머리 좋은 것 아니고 마음 좋은 것 아니고, 손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고, 발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말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구원을 위해서라면 손과 발을 아낄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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