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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7-12-14 09:53:20, Hit : 384)
<가벼운 멍에>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금정성당 사순 특강 미사>

(INTRO)
대림시기에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기다림>입니다.
이미 오신 분을 다시 기다립니다. 이 의미를 우리는 묻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관계성입니다.
관계있는 것을 기다립니다. 나와 관계없는 것은 기다리지 않습니다.
관계가 있기 때문이고, 그 관계의 으뜸이 바로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 이것이 기다림의 첫 번째 목적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가장 으뜸이었던 성녀 루시아의 축일에 잠시 침묵하며
우리 또한 으뜸 관계를 하느님께 두고 있는지 돌아보도록 합시다.  

(강론)

<가벼운 멍에>

찬미예수님! 오늘도 무겁고 고생한 하루를 다 잘 짊어지고 오셨는지요?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했는데, 이 미사가 행여나 짐이나 멍에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저는 메리놀병원에서 행정부원장으로 근무하는 조영만신부입니다. 저도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직장생활을 한지가 5년째 접어듭니다. 아침 다섯시 반에 일어나서 미사 준비를 하고 6시 40분에 병원 수녀님들과 미사를 합니다. 8시 반에 출근해서 다섯시 반까지 꼬박 책상을 지켜야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12시간을, 마치 2교대 근무자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신부생활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남의 주머니에서 돈 꺼내가며 밥 얻어 먹고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이렇게 가까이서 느껴본 적 또한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산다는 건 무거운 짐짝입니다. 우선 내 몸부터가 짐 덩어리입니다. 새벽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이 천근만근이구요, 그러다보니 마음도 어느 날은 짐 덩어리입니다. 사람들하고 얽히고 섥혀 내가 신부생활을 하는 건지, 년 매출 680억짜리 직장의 경영진으로 일하는 건지, 무거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새벽부터 퇴근까지. 하루의 괴로움만으로 충분히 지친 신부가 뭘 하겠다고 한 시간을 지하철 타고 여기까지 와서 뭘 하겠다고 여러분 앞에 서 있는 것일까요?

오늘 복음 앞에서 답을 찾습니다. 저도 안식을 얻고 싶습니다. 아니, 제가 안식을 얻고 싶습니다. 금정성당 신자분들에게 근사한 말 몇 마디를 전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 어깨에 매여진 짐들, 600명이 넘는 직원들, 25일이면 찾아올 그분들의 임금, 몇 백억의 운영비 따위는 고스란히 내려놓고, 그것들이 내 멍에가 아니라 그분께서 이미 지고 계시는 당신의 멍에요, 교회의 멍에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나에게 와서 배워라! 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일까요? 우리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더 많이 남았다는 것일까요? 몰라서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는 아직도 오만 것 다 이고 지고 앉아 있는 우리에게 하신 말씀이 아닐까요? 내 것 아닌 것은 내려 놓는 겁니다!

오늘 이 시간, 그래서 한 가지를 제안합니다. 내 것이 아닌 것들의 경계를 다시 정리해보도록 합시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내가 끝까지 어떻게 하려고 하니 어떻습니까? 죽는 거지요. 맨날 죽겠다, 죽겠다 하는 거지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또 죽지도 않습니다.

세상에 무엇을 두고 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돈? 자식? 건강? 부모? 따지고보면 내 마음처럼 되는 것 그 중에 단 한가지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내 것도 아니면서 내 것인줄 알고 덤비니, 내 입에서 죽겠다 소리가 끊일 날이 없었습니다.

내 것이 아닙니다. 내 것은 오로지 하느님 당신 뿐입니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공평한 안식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내 것은 오직 하느님 뿐입니다!
내 것은 오직 하느님 뿐입니다.
내 것은 오직 하느님 뿐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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