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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08-05-07 00:12:42, Hit : 1102)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홍세화가 세상과 이 세상의 아이들에게...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폭력에 길들여지는 것! 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일상적 억압!" 결국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녀석이라는 생각, 그러기 위해 좀 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진리'를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홍세화칼럼 (한겨레 신문 2008.4.19)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마흔여덟 번째 419 혁명 기념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청소년들이 한목소리로 0교시, 야자보충, 우열반, 학교자율화 반대를 외쳤다. 청소년들이 잠 좀 자자고, 밥 좀 먹자고 외쳐야 하는 현실에 우리는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아니면 그저 기막힐 뿐인가.

이명박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마다 미친 말의 폭주를 연상케 하는 것은 나만의 일일까?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자율화’ 조치도 마찬가지다. 4월15일이라는 발표시점은 총선이 끝난 뒤에 뉴타운 건설계획이 더 이상 없다고 공언한 서울시장의 야비함을 빼닮았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자율화 발표’, ’교육청의 물타기’, ’학교현장의 밀어붙이기’의 삼중창은 책임주체 없이 밀어붙이는 이명박 식 행정의 본보기다. 그것은 대운하를 추진하는 정부, 대운하를 총선에 연계시키지 않으며 물타기 한 한나라당, 그러나 밀실에서는 추진해온 과정과 똑같은 방식이다. 이명박식 불도저의 이름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다만 밀어붙인다”라는 것이다. .

왜곡된 말은 사회의 질병을 반영한다고 했던가, 학교자율화? 말인즉 그럴 듯하다. 그것이 교육 3주 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의 자율화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근대식 학교가 이 땅에 자리 잡은 이래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학교의 주인인 적은 없다. 학교의 주인은 일제 강점기 때나 지금이나 국가권력의 충실한 마름으로서 교육감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 교장이다. 따라서 ‘학교자율화’란 ‘교육감 마음대로’,’학교장 마음대로’와 이음 동의어다.

0교시, 야자보충, 우열반 편성이 그들 마음대로이며, 촌지, 찬조금, 학교 학원화가 그들 마음대로다. 경쟁과 효율이 교육을 죽인 지 이미 오래, 청소년들의 꿈과 미래, 희망과 열정은 그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며, ‘자살’이라는 엄중한 말을 맴돌게 하는 한계상황도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수당을 챙겨 고유가 시대에 기름값에 충당할 생각이나 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지배세력의 ‘책임지지 않고 지배하기’는 학생들에게 일상적 억압은 참으라고 요구하고 차별은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교육의 퇴적물이다. 오늘 청소년들에게 ‘잠 좀 자자’고 ‘밥 좀 먹자’고 말하게 만드는 일상적 억압은 참으라고 하면서 일등에서 꼴등까지 줄 세우고 우열반을 편성하는 것은 받아들이란다.

오늘 일상적 억압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나중에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비정규직을 받아들이게 하고, 오늘 우열반 편성을 받아들이도록 함으로써 나중에 가진 자, 이긴 자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말기암적 삼성 현상은 이런 교육의 반영물이다.

억압의 사슬은 누구보다 억압당하는 자가 끊어야 한다. 노예 아닌 자유인의 당연한 요구가 그것이며, 타율 아닌 ‘자율’의 진정한 뜻이 그것이다. 오늘 일등이 되겠다고 모두에게 가해지는 일상적 억압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중에 남을 억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일등은 인간의 일차 조건인 부끄러움조차 없다. 오늘 지배세력이 그렇듯.

청소년들의 요구가 들불처럼 퍼져나가야 한다. 지금은 아직 미미하더라도 나중에는 창대해야 한다. 4월 혁명이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지는 기점이 되었듯이, 청소년들의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요구가 기어이 이 땅의 교육을 바꿔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초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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