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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10-12 06:21:01, Hit : 344)
<아>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세상에 나서 큰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때가 돼서 먹을 것, 바람 불면 입을 것, 이내 한 몸 누울 것.
하지만 때가 되자 깨닫습니다. 이미 많은 것들을 가지고 살았음을 깨닫습니다.

세상에 나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저 맘 터놓을 친구 하나, 아쉬울 때 손 내밀 사람 하나,
밥상 차려 함께 마주할 사람 하나면 충분하다 여겼습니다.
하지만 때가 되자 깨닫습니다.
너무 많은 이들을 형제라 불렀으며 자매라 여겼고
떠나가면 아쉬워 마음 흘려줄 이들이 넘쳐났음을 깨닫습니다.

그다지 큰 것을 바라지 않았으나 살고 나니 충분하였고
언제나 원했던 것보다 더 한 것들을 넘치도록 부어주셨습니다.
다만 바라고 청하던 그 순간들만 감당하면 될 뿐이었습니다.
지나간 모든 것들은, 그렇습니다. 은총입니다.

안 힘든 순간이 없었고, 괴롭지 않은 시간이 없었으며,
고통스럽지 않은 단 하루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만 모든 것은 나를 훑고 지나가는 순간의 연속일 뿐이었습니다.

모진 파도가 한시도 쉬지 않고 불어닥친 덕분에
산만한 바위도 깎기고 깎여 유려한 맵시를 뽐내고
하루에도 수만 번 제 몸 굴려주는 파도 덕분에
야문 돌덩이도 몽돌로 굴러가듯
세상 파도가 있어야 사람이 사람 맛도 나고 사는 멋도 내는 법이지요.

큰 것 바라지 않았으나 많은 것을 얻음에 대해서 그렇습니다.
파도에 상처 받지 않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보다 더 근사한 나를 만나게 될
어느날, 다시 이 복음을 꺼내겠지요.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루카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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