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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7-10 08:58:42, Hit : 197)
<수확물> 연중 제14주간 화요일

<연중 제14주간 화요일>

<수확물>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는 복음 말씀을 놓고, 성 ‘아우구스티노’와 동시대 사람이던 ‘히예로니무스’ 성인은 이렇게 강론하신 바가 있습니다.

“수확할 것이 많다는 것은 사람의 많음을 나타내고, 일꾼이 적다는 것은 교사들의 모자람을 나타낸다. 이들은 시편이 다음과 같이 말한 사람이다.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이 환호하며 거두리라.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사람들이 곡식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시편 126,5-6) 이를 더 넓은 의미로 풀이하자면, 풍성한 수확은 모든 믿는 이를, 적은 일꾼은 수확을 위해 파견된 사도들과 그들을 본받는 이들을 뜻한다.”

지난 주일 병원 홍보를 위해 부산의 한 본당을 찾아가 미사를 주례했습니다. 주일교중 미사임에도 불구하고 성당 안은 빈자리가 많았고 앉아 있던 이들의 대부분은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우리 성당에 나보다 젊은 사람은 찾기가 힘들다고 본당의 주임 신부님은 넋두리를 하셨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지요.

히예로니무스 성인의 시대보다 지금 시대가 훨씬 많은 사람이 삽니다. 수확할 것이 적은 시대가 아니라는 소립니다. 믿는 사람이 적은 것이고, 그 믿음을 본받는 이들이 갈수록 줄어가고 노화되어 가기에 파견되는 일꾼 또한 현저히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참고로 내년에 신부가 되겠다고 신학교를 찾은 부산교구 젊은이가 4명이랍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30년 후 부산교구의 본당 절반은 없어지게 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수확할 것이 많다 하셨습니다. 사람은 많은데 정작 수확물은 작습니다. 이를 놓고 시대 탓을 하고, 세상 탓할 시점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길에 다니는 숱한 사람들을 성당 안에 끌어 앉힌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질문합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수확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하느님을 믿는 이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파장이 필요합니다.
그 마음은 이런 것입니다.
자비와 연민, 사랑과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기를 갈망하는 마음!

이것은 굳이 천주교회라는 틀과 제도 속에 사람들을 끌어앉히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이 세상에 하느님의 수확물이 더 늘어난다는 사실의 명확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신자 수는 줄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복음의 가치는 더욱 확산되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
병들고 못 사는 사람들이 낙오되지 아니하고, 부족해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의 조성.
모든 자연과 생명이 지음 받았던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새로운 창조.

이 모든 가치 속에 인간에 대한 연민이라는 복음의 가치가 새겨져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그러셨습니다.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마태 9,36)

측은지심입니다.
교회는 없어져도 좋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더 깊은 측은지심으로 거룩해지기를 바랍니다.

예멘 난민들, 이주 노동자들, 북녘의 동포들.
아파도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다시 돌아볼 일입니다.

나는 과연 복음적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나의 수확물을 결정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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