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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7-26 09:35:07, Hit : 263)
<보석> 2018. 07 직원 월례미사

<2018. 07. 직원 월례미사>

하루에 9,800걸음 정도 병원을 돌아다니던 제가, 이달 들어 어지간하면 사무실을 빠져나가지 않으려 하는 것에 큰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덥습니다. 너무 덥습니다. 현재도 7층 햇살마루에는 65병동 비새는 것을 막기 위한 방수공사가 이 땡볕에서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 구 51병동은 의사선생님들의 당직실과 의국을 새롭게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인데도, 라운딩 한 번 하고 사무실 들어오면 다시 나가는 것이 망설여집니다.  

이 더운 날에도 밖에서 고생하시는 시설팀, 주차요원, 미화팀, 무엇보다도 밖같보다 더 뜨거운 지하 조리실에서 직원들과 환자들 조리를 위해 비 오듯 땀 흘리시는 영양팀 조리사분들을 생각하면 민망하기 그지없지만, 제가 사는 옥탑방보다 훨씬 시원한 사무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기상관측 이후에 가장 무더웠던 지난 94년도의 폭염 기록을 24년만에 갱신이라도 하려는 듯이 이미 무더위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를 거대한 돔으로 둘러싸고 있다지요? 이달 들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 온열 질환자가 1,300명을 넘었고, 벌써 14명이 온열 질환으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거지요. 혹한이 아닌 혹서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학습이 되어있지 않은 우리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 좋겠고, 오늘 복음 말씀처럼, 같이 사는 사람 불쾌하게 하는 말은 안 하는 것이 좋겠지요. 이 무더위에도 이 산만디 메리놀병원까지 찾아와 주시는 환자들 시원한 물 한 잔이라도 건네는 마음으로 맞이해주시고 돌봐주시다 보면 한 분 한 분 언젠가는 다시 또 우리를 찾아오듯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을이 올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손님 한 분이 이번 여름에 우리를 찾아오셨더랬습니다. 초창기 메리놀 병원에서 54년부터 62년까지 8년을 간호사로 근무하셨던 미국인 요한나 수녀님이 무려 50년만에 병원을 방문하신 것입니다. 현재는 서울 가양동에 있는 메리놀 수녀회에서 생활하고 계시는데, 우리 병원을 건축하신 위트컴 장군의 추모식에 참석하셨다가 우리 원을 방문하셨던 것입니다.

너무 기뻐하셨고, 너무 행복해하셨습니다. 당신들이 일구어놓은 텃밭이 이제는 근사한 과수원이 되어 이곳저곳 많은 열매를 맺는 모습에 감동하셨고, 우리로서는 50년사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흑백사진의 주인공에게서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재발견하게 해주는 큰 기쁨의 시간이었지요.

병원 라운딩을 마친 수녀님을 전송하는데 제 손을 꼭 잡은 수녀님이 그러십니다. “신부님. 메리놀은 저희들에게는 보석같은 병원입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뭉클했습니다. 제게는 그저 소임의 하나 일 수도 있는, 그냥 남들 다니는 직장의 하나 일 수도 있고, 수많은 병원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는 이 병원이 아직도 세상에 남아 있는 누군가에게는 보석 같은 현실일 수 있음이 새삼스러웠습니다.

보석을 지키는 사람은 보석의 일부가 된다지요.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고, 이 병원은 그런 사람들이 만들고 지켜가는 곳입니다. 날카로운 상처에도 다시금 일어서고 모질고 시린 기억들도 기어이 다시금 일어나 걸어가기를 중단하지 않았던, 우리도 그들의 일부입니다.

메리놀은 병원 그 이상의 가치를 이어갈 것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힘들어봐라. 우리가 꿈쩍이라도 하나! 야물고 단단해진 우리들의 결속이 능히 이 여름 무더위도 너끈히 이겨내리라 큰소리치는 것이 비단 행정부원장만은 아니기를 소망합니다.

아무리 더워보십시오. 오늘은 월급날입니다! 그리고 오늘 원팀 메리놀 행사로 직원분들 연극과 영화를 관람하시는 날이기도 합니다.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시고, 다음 달 선선한 얼굴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덥습니다. 하지만 힘 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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