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 1/22 회원가입회원로그인
  View Articles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8-29 17:40:29, Hit : 255)
<라이프> 2018. 08 직원 월례미사

<2018. 08 직원월례미사>

(INTRO)
신약성경에 성인의 탄생과 죽음을 함께 기록하는 인물은 예수님을 제외하고는 사촌형이었던 세례자요한이 유일합니다. 태어남과 죽음마저도 그리스도를 드러내고, 예수가 주님이심을 선포하려했던 신약의 처음이자 구약의 마지막 인물이 요한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인간의 시간은 시계에 의해 기준점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사건에 따라, 전과 후, 비포와 에프터로 분류됩니다. 메리놀도 그렇습니다. 비포의 메리놀과 에프터의 메리놀. 이 기준은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로부터 다시 시작되는 메리놀을 위하여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강론)

드라마를 직접 보지는 못했고 스포일러만 잠시 훑어보았을 뿐이지만, 이 자본주의 시장 안에서 병원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라이프’라는 드라마의 대체적인 줄거리가, 행정부원장 입장에서는 허투로 읽혀지지는 않았습니다.

병원이라는 곳이 물론 지역민의 건강과 삶을 지켜내는 ‘공공재’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담당해야 함이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마땅히 수익의 최대치를 고민해야 하고, 또 발생된 생산성을 근거로 적절한 분배가 이루어짐이 당연한 자본의 지배로부터 치외법권의 영역일 수 또한 없습니다.

의사가 되었든 보조원이 되었든 모든 행위의 동기는 수익의 창출에 근거합니다. 그리고 합당한 노동의 댓가가 월급통장에 찍히지 않으면, 아무리 설립 이념이 출중하고 탁월한 조직과 심지어 도덕성마저 담보했다하더라도 지속가능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메리놀병원도 드라마 라이프처럼, 돈을 기준점으로 사람의 행위를 규정하기 시작하면, 문 닫을 과들이 적지 않고 정리해야 할 인력도 만만치 않을테지요. 그렇다고 조승우처럼 생긴 총괄사장이 병원에 등장하여 드라마처럼 구조조정을 한다한들 메리놀이 무슨 서울의 빅파이브와 같은 병원이 될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우리 메리놀병원은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병원이어야 하는가? 라는 줄기찬 질문은 다시 공전하지요. 누구는 월급만 받으면 그만인 직장일 수도 있겠으나, 누군가에게 이 병원은 당신이 살아온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고, 내가 지키고 가꾸어가야만 하는 가치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것을 곁에서 바라본 저로서는 이 병원이 지속가능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찾습니다.

우리도 돈을 벌어야 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합니다만, 돈 때문에 자본 때문에 사람에 대한 진료의 프로세스가 바뀌는 병원은 아닙니다. 없는 사람들을 무상으로 치료해드릴 수는 없으나, 적어도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우리 병원이 제공할 수 있는 의료의 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처음 메리놀을 세웠던 사람들과 지금 우리가 얼마나 닮아 있는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에 종종 빠지는 이유는, 이 메리놀병원에 부임하던 그 해에 재단이사장님께서 한 시간 반을 A4용지 석장을 써가며 피력해주신 그분의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메리놀이 어떤 병원이고, 왜 우리가 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이 병원을 운영할 수 밖에 없는지, 메리놀에 있는 700명의 직원과 그 가족들, 그리고 오늘도 메리놀 때문에 먹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우리 교회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을 지키고 다시금 일으켜내야 한다시던 그분의 의지에 순명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사제들은 순명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디 가라하시면 내일이라도 당장 떠날 준비가 저는 되어있고, 복음 때문에 죽어라하시면 지금이라도 당장 목숨이 달아나도 세상에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이 저희 사제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주교에게 순명합니다. 저를 이곳으로 발령내셨던 주교님. 메리놀병원 재단 이사장 황철수 바오로 주교님께서 지난 8월 18일자로 교구장직을 사임하셨습니다. 당연히 천주교부산교구유지재단 소속의 메리놀병원 재단이사장직도 지난 월요일, 8월 27일자로 법인의 새로운 대표자 손삼석 주교님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자 변경 허가도 완료되었지요.

메리놀병원의 재단이사장님이 황철수 바오로 주교님에서 손삼석 요셉 주교님으로 되셨습니다만, 우리 병원에서는 전임 재단 이사장님에 대한 그 어떤 퇴임식도, 또 신임 이사장님에 대한 작은 의례마저 거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병원에 대하여 가지고 계시는 주교님, 재단 이사장님들의 뜻과 마음이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은 재단 이사장으로서 법적 권한과 책임을 무한히 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메리놀병원의 주인은 재단 이사장이 아니라 바로 직원 여러분들. 당신들의 것임을! 저희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피력해주신 그 모습 그대로 한 분은 떠나가시고 또 한 분은 조용히 저희를 지켜봐 주실 것입니다.

누구는 이런 자리 하나 내놓지 않겠다고 난리를 치고 누구는 자기 소유라도 되는 듯 교회를 세습한다고 세상 시끄럽게 만들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이리 떠나시고, 남은 것은 모두 저희의 몫으로 넘겨주십니다.

저는 그것이 고맙고 그런 이사장님을 모실 수 있었던 것에 대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더 잘 할 것도 없고 더 열심히 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메리놀병원을 그저 월급이나 나오는 그렇고 그런 직장이 아니라, 부디 한 사람 한 사람, 메리놀 병원이 우리 병원이다! 그리고 나아가 메리놀 병원이 내 병원이다! 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갈 수 있기만 바랄 뿐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전임 이사장 주교님과 새롭게 선임되신 새 이사장 주교님의 말 없는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구장직을 떠나시며 남기신 편지 한 통의 마지막 말씀으로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신부님,
메일 잘 받았습니다.
메리놀 병원의 오늘의 모습은 가히 모든 메리놀 사람들의 열성과
노력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모두 애 많이 쓰셨습니다.
병원 관계자 분들께 저의 인사도 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기도로 함께 해 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저도 기도 중에 함께 하겠습니다.
부디 기쁜 나날 되십시오.
황 바오로


Warning: mysql_fetch_array(): supplied argument is not a valid MySQL result resource in /home1/namadia/public_html/zboard/view.php on line 266
NAME      PASSWORD
따뜻한 
코멘트 
부탁드려요 
 ▼ 






Prev  <우리가 예수를 사는 이유는> 모라 성요한 성당 견진 강의 03
Next  <보석> 2018. 07 직원 월례미사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u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