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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7-09-12 08:34:50, Hit : 382)
<실수하셨는데요!>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실수하셨는데요!>

“너그 아버지 뭐하시노?”.
“건달입니다.”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한 선생은 자칭 건달의 아들을 신나게 쥐어 팹니다.
그러자 그 녀석은 교실을 뛰쳐나가지요.

선생님은 묻습니다. “쟈 아버지 진짜 건달이가?”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학생이 대답합니다. “야아, 선생님. 지금 실수하셨는데요.”
<친구>라는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오늘 복음을 들추는데 왜 이 장면이 떠오르는지 이유를 생각했습니다.
이 대목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뽑으시는데 전날 밤을 ‘꼬박 새우며’ 기도하셨답니다.(루카 6,12)
밤새도록 기도하며 한 명 한 명 고르고 골라 정말 어렵게 뽑은 사람들 열 둘.

그런데 그들 가운데 제대로 된 학위자도 없고, 부유하거나 지체 높은 사람도 없습니다. 소위 잘난 사람이 아니라 못난 사람 중에 고르고 골라 뽑으신 거지요. 그런데도 그들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잘난척 하고, 조금 가진 것으로 위세를 부리며, 실력도 없는 게 성질만 남아서 판판이 성깔을 피우다 급기야는 스승을 배신하고 그것도 모자라 팔아넘기는 위인까지.

불과 3년이 지나지 않아 뽑혔다는 제자 중에 한 명은 이 소리를 하지 않았을까?
“선생님. 실수하셨는데요!”

어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가 강연 말미에 이런 소리를 하시더만요. “한국에 있는 신부들 5600명, 수도자 2만명 가운데 많이도 말고 딱 10%만 성주 ‘소성리’에 와주었더라면 사드 배치는 되지 않았을꺼라고... 고작 그 자리에 신부 수녀 4명 앉아있더라.” 합디다.

신자도 아닌 사람이 천주교 신부에게 바라는 존재론적 지점은 현 교회를 유지하고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의 하나가 아니라,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투신하는 한 명의 예언자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세상은 교회를 교회 그 자체로는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대하여 세상을 향하여 끊임없는 쇄신과 정화의 에너지를 불어넣을 때 비로소 세상은 교회 속으로 숨어들었고 교회에 기댈 수가 있었지요. 그러나 언제부턴가 교회가 그런 일을 하면 빨갱이 종북 소리를 듣기 시작했고 민주화의 성지라는 명동 성당의 대문도 노동자들에게 닫아버렸습니다.

가진 자들. 위세 있는 자들. 권력에 길들여진 교회는 인간적으로는 더 품위있고 우아하고 세련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밤새도록 기도하신 예수님의 고뇌. 왜 그 분이 이딴 인간들을 뽑아 세우셨는지... 이토록 기도하신 그 결정을 망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분은 당신 제자들이 인간적으로 우월하기를 바라신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향하여 우월한 실력 경쟁이 아니라 오직 <진리>로 세상과 맞서고 싸우기를 바라셨던 것입니다.

이리 살면 평생을 ‘대과’없이 살았다는 소리를 이 안에서는 들을 수 있을지언정,
우리를 두고 누군가는 분명 주님께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선생님. 실수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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