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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7-09-25 08:41:27, Hit : 300)
<전전긍긍> 연중 제25주간 월요일

<연중 제25주간 월요일>

<전전긍긍>

1839년 현종 5년에 이미 체포될 것을 예감하고 조선천주교회 평신도의 중심이었던 정하상 바오로 성인이 천주교가 사교가 아니라 타당한 가르침임을 호교하기 위하여 저술한 <상재상서>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길다 해도 백 년을 넘기지 못하는데 자기 이익만을 탐하여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 애쓰고 이미 얻은 것을 잃지 않으려 걱정하는 사이에 어느덧 늙고 만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 몸이 한 번 죽으면 부귀공명도 반드시 허무로 돌아가고 맙니다. 부귀공명마저 일평생 애써도 얻지 못하는 것인데 이 헛된 꿈을 깨기가 그다지 어렵단 말입니까? 세상에 있을 때에 정신이 흐려져 깨닫지 못하다가 육신이 죽은 뒤에 뉘우친다 해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기껏 백년도 못 살면서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 애쓰고
이미 얻은 것을 잃지 않으려 전전긍긍하는 사이.
늙거나 죽고 마는 인생.

저는 인생을 네 글자로 축약하라면 이 단어를 선택하겠습니다.
“전전긍긍”
지극히 간명하게 속세를 통찰한 178년 전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가지고 계십니까? 아니면 여러분은 무엇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까?
가지고 있는 것 때문에 행복하거나, 혹 가지고 있지 못한 것 때문에 불행하다면
아마도 이 숨박꼭질 같은 ‘행복 술래잡기’는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인생이라는 것이 아무 것도 지니지 못하고 나서 단 하나도 걸치지 못하고 떠나야 함을 누구나 다 알면서도 왜 우리는 죽을 때까지 뭐 하나 있고 없음으로 이리 시달리고 재촉하다 떠나야 하는지, 이유를 물으면 궁색하고 묻지 않으면 나만 이리 사는 듯 어리석어보입니다.

자본주의 세상을 살면서 경쟁을 하지 않을 재간은 없지만, 그나마 있고 없고, 가지고 못가지고, 뭐가 좀 더 낫고 못 낫고로부터 자유로와지려면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옵니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하느님으로부터 왔기에 하느님께로 갑니다!

어짜피 모든 것은 잠시 머무는 것입니다.
좋았던 것도 나빴던 것도
언제나 좋기만 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시계를 멈춘다고 시간이 중단되지 않는 것처럼.
자꾸 내 주머니에 터지도록 밀어 넣으려한 어리석음만 그칠 수 있다면
좋은 것도 흘러가고 나쁜 것도 흘러가고
그렇게 떠나가는 뒷모습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험한 길만은 아니었노라 묵묵히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왔으니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갈 그 때까지, <아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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