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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6-11-22 16:53:56, Hit : 307)
<명령>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INTRO)
로마의 지하에 있는 ‘갈리스도 까따콤바’에 가면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성녀 체칠리아의 무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목에는 칼질이 선명하고 손은 삼위일체를 뜻하며 죽었다던 성녀의 시신을 그대로 재현한 '메데르노'의 조각상 앞에서는 사진을 찍지도 못하게 하지요. 박해가 끝나고 300년이 넘도록 그리스도인들은 그 체칠리아의 무덤 곁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묻히기 위해 더 깊이 땅을 파고 들어갔던 신앙인들입니다. 신앙은 이렇게 과거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까따콤바’, 곧 내 무덤 자리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라 하겠습니다. 잠시의 침묵으로 체칠리아 성녀 미사를 준비하겠습니다.

(강론)

<명령>

한 해의 마지막, 연중 시기의 끝에 이르면 듣게 되는 복음의 내용들은 이렇게 세말에 관한 선언적 예언에 집중됩니다. 예루살렘의 마지막처럼 세상의 마지막 역시 이렇게 될 것이라는 단언이지요. 이렇게 전례력의 시기적인 탓도 있겠지만, 워낙 요새 “세상이 말세다!”는 탄식이 쏟아지는 작금의 상황들을 비추어볼 때 한국은 그야말로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그 때처럼 종말의 예후들을 완벽하게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허약하기 이를 데 없는 통치시스템이 볼썽사나운 몰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대한민국이 ‘법’이 아니라 안하무인의 ‘인격’에 의하여 모든 정상적 절차들을 '얼빠진 비정상'으로 굴려버린, 이 되도 않은 지배력을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몇몇 소수자에 의해 절대 다수들이 박탈과 상실의 참담함을 감당해왔던 건 따지고보면 근자의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소수 재벌에 의해 다수의 사람들이 착취당해왔고, 소수의 독재자에 의해 다수의 민중들은 그야말로 개돼지 취급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아이러니하게도 이 구조적 모순을 되려 찬동하고 재벌과 독재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지나쳐 그들의 동상을 방방곡곡에 세워서라도 기꺼이 찬양해온 미망의 어리석은 역사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말세의 풍경에 대한 밑그림이 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꿈쩍하지 않을 것만 같던 예루살렘조차 흔적도 찾지 못할 만큼 깡그리 무너질 것이라는 복음의 선언은, 더 이상 세상을 지배해온 금권과 권력과 욕망의 허상 아래 헤매여온 사람들에게 참된 희망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우리는. 인간은. 신앙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목도하게 합니다.

왜 이렇게 무너졌을까요? 답은 간명합니다. 정의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되도 않은 정의보단 돈을 언제나 먼저 구했기 때문입니다. 성공만하면, 출세만 하면, 어떤 짓을 해도 다 용서해주던 그 오욕의 역사가 “과연 대한민국에 정의가 있는지!” 질문하게 만들었습니다. 정의가 없으면 평화는 거짓입니다!

거짓된 평화. 나만 먹고 살면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던 이 몰염치한 노욕들을 중단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또한 예루살렘의 멸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너희는 모든 것에 앞서 하느님 나라의 정의를 구하여라!” 망해가는 도시를 향한 복음의 명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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