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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8-17 08:45:14, Hit : 332)
<낚시>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낚시>

오래된 친구가 막내딸을 데리고 낚시를 떠났습니다.
딸은 끊임없이 칭얼거렸고 친구는 그것을 묵묵히 다 받아주더만요.
부인에게서 수시로 전화가 왔고,
막상 와서는 붙어있는 혹 때문에 자기 낚시는 하지도 못했지요.
저 같으면 때려치고 접었을 일입니다만 친구는 끝까지 찌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간간이 올라오는 고기 한 마리에 진짜 기뻐하더만요.

친구는 일찍 장가를 가서 딸만 셋을 둔 가장이고
자식들 키우느라 취미도 제대로 없이 살아온 친구입니다.
반면 혼자 사는 저는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허락받을 사람도 없고 성가시게 구는 사람도 없습니다.
낚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저는 훨씬 편하고 수월하게 사는 사람인 건 맞습니다만,
관계의 풍요로움에서 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혼자 산다는 건 편하기는 하지만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행복이,
자기만족을 넘어서는 범주임을 전제할 때 그렇습니다.
나로 인해 누군가 기뻐하고 웃는 것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그것이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내 살고 싶은데로 사는 것이 분명 편하긴 하지만
인간이 인간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만 알고 저만 잘난 괴물이 되기 십상이지요.

내 삶에 개입되는 타인의 불편함.
이것을 얼마나 수용하는가에 따라 인간됨의 숙성은 깊이를 달리합니다.
혼자 살아서 생기는 약점에 대하여 방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 혼자 좋으면 그만인 시간이 지속될 수록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집중은 유약해집니다.
행복이 갈수록 축소될 것이며,
끊임없이 편하기는 하지만 만족은 갈수록 왜소해질 것입니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행복,
그것이 더 먼저인 사람들.
결혼은 정말로 힘든 일이고 불편한 일이며 성가신 일이지만,
혼자 편히 사는 이들은 범접하지 못하는 인간성의 깊이는
수십년 사귄 친구의 모습에서도 쉽게 발견되어집니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함께 살든 혼자 살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일입니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는...
하룻밤 낚시를 떠난 자리에서도 이처럼 명약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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