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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9-27 08:33:10, Hit : 309)
<늦추석>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기념일



<성 빈체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

<늦추석>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습니까?
병원에 있으면 그냥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지나가는 명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족과 일가를 만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인정을 확인하는
시간 자체가 지니는 의미, 라는 것도 있습니다.

일찍이 파독 간호사로 가서 독일 의사 남편을 만나 자녀들 장성시키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던 한국인 여성이 느즈막한 말년에 세례를 받겠다고 찾아왔습니다.
단 둘이 예비자교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지요. 제가 물었습니다.

“다시 스물 두 살, 독일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시간이 되돌아온다면
그 비행기를 타시겠습니까?”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아니, 저는 타지 않겠습니다.
독일 생활이 불행했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부모와 형제들과 함께 늙어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영원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늙지 않는 것? 죽지 않는 것? 늙지 않고 죽지 않으면 행복할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원하다는 것은 나와 함께 나고 자라고 살아낸 사람들 속에서
인정받고 기억을 공유하며 함께 늙어감 속에 있습니다.  
어제 일 같기만 한 일들이 돌아보면 벌써 수십 년인 것처럼.
인간에게 주어진 영원함이란 그렇습니다. 축약된 기억 속에 있습니다.

어짜피 인생은 허무(코헬 1,2)라 전도서는 말하고,
한 나라의 모든 권력을 가졌던 헤로데는 말년에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헛된 일이라는 것이지요.
세도를 부리고 오만 것을 가져본 들, 모든 것이 헛되다고.

다만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 제 때에 사랑하고
만나야 할 사람들 늦지 않게 만나며,
그들 속에서 내 생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만 있다면
‘오늘만 같아라!’ 하신 명절의 시간은 충분하다 할 것입니다.

내일 허무로 쌓일 일로 분주하기보다
오늘 영원한 일, 늦지 않게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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