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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4-13 08:57:03, Hit : 290)
<마음> 부활 제2주간 금요일

<부활 제2주간 금요일>

<마음>

어제, 글을 하나 봤는데 뜨끔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지식과 경륜이 늘고 인격이 높아질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무식이 늘고, 절제하지 않으면 탐욕이 늘며, 성찰하지 않으면 파렴치만 늡니다. 나이는 그냥 먹지만 인간은 저절로 나아지지 않습니다.”(역사학자 전우용)

제가 이 병원에 와서 바란 것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더 좋은 인간이 되는 것. 월급 더 받기를 원하지 않았고, 뭐 대단한 성과나 업적을 남기고픈 마음도 없었습니다. 뭘 한다고 했지만 세월 지나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다시 또 바뀌고 공사하고 사라질 겁니다. 인간이 세운 것 중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요, 다 지나갈 것입니다.

다만 그걸 겪어낸 한 인간의 성장은 남겠지요. 병원이 아니었으면, 복음서를 통틀어 네 개의 복음서에 똑같이 등장하는 단 하나의 기적인 오병이어의 이야기를 신학적으로, 혹은 주석학적으로 풀이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숱한 병원 공사를 다 해보고 나니 이 복음은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돈이 없었습니다. 빚만 있었습니다. 공사를 할 여력이 없었던 거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을 모으는 것 뿐이었습니다. 돈은 제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 벌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마음을 모으는 것. 그러고 나면 돈은 다음 문제가 됩니다. 마음이 모이면 돈이 모이고, 마음이 흩어지면 돈도 흩어져 버린다는 걸 그 때 알았습니다.

5년 동안 공사비로만 200억이 넘는 돈을 썼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5년 전에는 200억이 없었습니다. 그냥 빚만 있었을 뿐입니다. 어디에서 돈이 나왔을까요? 마음에서 나왔습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절박한 마음이지요. 직원들의 마음을 끄집어내는 거지요.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겁니다. 거짓말처럼 공사가 계속될 수 있었습니다.

5년이 지나서 빚이 더 늘었냐? 그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은 우리가 벌어서 우리가 월급 주며 살고 있습니다. 자, 오병이어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적힙니다.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요한 6,5) 그 빵은 어디에서 살 수 있겠습니까? 그 빵은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열면 그보다 더한 것도 우리는 능히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닫으면 수백 데나리온이 있다한들 대접하지 못할 것입니다.

돈이 있어서 뭘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남는 돈이라는 건 없습니다. 마음이 있기 때문에 없는 돈도 열리는 것이지요. 고생하기로 작정을 하면 나머지는 쉽습니다. 하지만 고생을 안하려고 덤비니 돈도 어렵고 일도 어렵습니다.

마음을 열어라, 하시는데 지갑만 보고 앉아 있으니 일이 될 턱이 없습니다. 병원이 아니었다면 보이지 않았을 길 하나가 오늘 복음 안에도 들어있습니다. “어떻게 빵 다섯 개로 오천명을 먹였지?” 묻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보다 더 한 것을 우리는 이미 하고 있으니까요.

부디 마음을. 마음을 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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