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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8-04-19 08:38:26, Hit : 251)
<그분>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부활 제3주간 목요일>

<그분>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6,51)

어린 시절 부모의 부부 싸움 소리에
피할 곳 없었던 아이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척 해야만 했습니다.

무서워 울며 잠들다 새벽녘,
부엌에서 들려오는 도마 위 칼질 소리,
타다다닥...

잠결에 이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울 엄마가 집을 나가지 않았구나!’
어젯밤, 분명히 당신하고 안 산다고 했고,
집 나갈 꺼라고 했는데...
단 한 번의 아침도 거르지 않고
밥상은 차려졌습니다.

그런 밥을 먹고 자란 것입니다.
지긋지긋하고, 도저히 같이 살고 싶지 않은 사람과
그 자식들 위해 한 그릇 밥,
속이 문드러져도 기어이 일어나
주섬주섬 그 밥상을 차려내던 숱한 어머니들.

그런 밥을 먹고 자란 것입니다.
어머니의 눈물과 아버지의 땀.
그것 없이 차려지는 밥상은 단 한 그릇도 없습니다.

그 수많은 밥이 사라지고,
나는 그 때의 아버지만큼, 그 때의 어머니만큼
세월을 먹은 것이지요.
아니, 아버지를 먹은 것이고, 어머니를 먹은 것입니다.

주님께서 ‘살아있는 빵’이다 하심은 이런 의미입니다.
누군가를 먹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생명은
이미 단 하나도 없음을.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침 밥상을 차렸던 숱한 어머니의 하나로,
주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밥을 차려주시고, 밥을 먹으라 당신을 내어주신 분.
복음 속의 그분이 이 미사 속에서 성큼 걸어나오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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