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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서 남기신 글 (2017-11-03 08:46:05, Hit : 322)
<복음적 경영>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복음적 경영>

경상도 지방에서 두 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수녀회의 병원장 수녀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내년에 당신 수녀회 소속의 의료분과 세미나에 강사로 와달라는 초청인데 청탁받은 강의 제목이 이렇습니다.

“가톨릭 의료기관의 복음적 경영, 어떻게 해야 하나?”  

‘복음’과 ‘경영’이 함께 공존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몇 년째 행정부원장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질문에 정직하려면 저부터 이 자리를 내놔야겠지요.

이런 겁니다. 메리놀병원에서 일하시는 청소 여사님들. 말이 좋아 여사님이지 거의 대부분이 60세, 절반 이상은 70세가 넘은 할머니들이십니다. 물론 성실히 일하시는 분들도 많고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시는 것은 맞지만, 내심 연로하신 분들이 자기 침대 바닥을 청소하는 것에 불편해하는 환우들이 적지 않고 이런저런 꼬투리를 달아 민원을 넣기도 합니다.

병원에서도 그렇습니다. 나이가 많다보니 많이 쉬어야 하고 한 명이서 담당해도 되는 구역을 두 명이 투입되기도 해야 합니다. 숫자가 많으니 인건비는 많이 들고 인건비만큼의 효율은 낮습니다. 그래서 경영회의에서는 수차례, 돈을 더 들여서라도 젊은 사람을 넣어 3명 할 것을 2명이 수행하면 그게 더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수차례 받았습니다.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맞지요. 당연히 그렇겠지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여기 아니더라도 일할 데가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 할머니들은요? 거의 대부분이 불안정한 용역직이라 구청에서 비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시간근로 말고는 일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도 이 나이에 누워서 돈 쓰고 있는 노인네들 많은데 당신들은 서서 일할 수도 있고 크지 않아도 손주들 용돈이라도 줄 수 있으니 행복하다.’ 하시는 그분들이 요즘 유독 눈에 밟힙니다.

12월이면 계약이 만료되거든요. 그러니 요즘 메리놀병원 청소 여사님들 한 번 보십시오. 안하던 화장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 어느 분은 아예 머리를 땋아 두 갈래의 삐삐머리를 하고 다니십니다. 조금이라도 더 젊게 보이시려는 몸부림이지요.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복음적 경영이라구요?

우리가 구체적으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도움이 한 사람에게 기쁨이 되는 것이 복음이라고 한다면 도대체가 복음과 경영은 한 공간에 비치되기 어렵습니다. 복음에는 내가 없고, 경영에는 나만 있기 때문입니다. 나부터 살고 봐야 하는 것이 경영이고, 나는 죽더라도 너는 살리는 일이 복음이기 때문이지요.

예수께서도 아십니다. 어짜피 당신에게 올무를 씌우기 위해 펼쳐진 자리.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하는지를 “지켜보는” 눈. 당신도 아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나는 죽더라도 너는 살리는 일을 결행하십니다. 그리고는 수종을 앓는 병자를 고쳐서 돌려보내신 다음 당신을 지켜보는 그들을 바라보십니다!

어느 하루 안식일에 누군가는 생명을 얻었고, 누군가는 한 사람을 대신하여 죽을 길을 갑니다. 그분이 바로 복음이자 주님이십니다.

복음적 경영이라는 비대칭의 조합을 억지로 구겨 넣자면 이런 것이겠지요. 그래도 신부 수녀가 운영하는 병원이라 우리 같은 사람도 여태 써준다...하시는 저분들을 내년에도 이곳에서 만나게 하는 일일테지요.

아마도 청탁받은 강의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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