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1 9/203 회원가입회원로그인
  View Articles
광야소리 님께서 남기신 글 (2004-04-16 19:35:42, Hit : 912)
<어둠 속 깊은 곳>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어둠 속 깊은 곳>

마태오 복음 8장은 하느님 나라의 선포자 예수님의 권능이 치유와 구마의 기적을 통해 드러나는, 기적 사화의 '묶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병환자와 백인대장의 하인 그리고 많은 병자들의 치유기적에 이어 대자연의 풍랑마저도 잠잠하게 하신 다음, 이제 마귀 세력의 심장부에 들어가 그를 내쫓으시는 것으로써 8장은 마무리됩니다.

'가다라지방', '무덤', 그리고 '돼지떼'... 이 모두는 이방인들의 표상이자 악령의 표상들입니다. 갈릴래아 호수 건너편 동네는 모두 '이방인들의 땅'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생명의 반대편에 있는 죽음의 세력, 악령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무덤'과 그 사이에서 나온 사나운 사람들, 곧 마귀 들린 사람들...

이방인이라는 이 '터부의식'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이민족이기에 갖는 배타성을 훨씬 넘어서 상종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 금기시 되는 잡신에 예속된 사람들, 마치 마귀와도 같은 존재의 사람들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부정한 짐승이라 하여 먹지 않던 더러운 짐승 '돼지'떼 속에 마귀들을 쳐넣었다고 표현함으로써, 마귀는 이방인의 땅에서 자라나 이방인의 의식 속에 있으며 예수님은 그러한 이방인의 땅 한 가운데에서 당신의 능력을 드러내셨으나, 사람들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강렬히 대비시키는 것입니다.

어둠 속에 빛이 비추었으나 사람들은 빛을 멀리하였습니다. 마치 요한 복음의 내용과도 흡사합니다. "빛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자기들의 행실이 악하여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했다."(요한 3,19)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요한 1,5)

이렇게 어둠의 세력 정중앙을 가로지르시는 빛이신 주님을 사람들은 거부합니다. 자신들의 어둠이 너무 깊어 빛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으로 복음은 기록합니다.

아픔이 너무 깊거나 상처가 너무 크면 다른 사람의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법입니다. 고통이 심할수록 폐쇄성은 깊어집니다.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지 3년 정도 되는 형제가 이혼도 당하고 보험으로 간신히 간병인과 살고 있는데, 성체 모셔봐야 소용도 없고 이런 일 당하게 하신 하느님 원망만 된다고 급기야 봉성체를 거절하시고 당신을 찾아오지 말라 하셨습니다.

다른 분께는 의논할 수도 없고 해서, 전신마비로 누우신지 30년이 넘으신 다른 봉성체 할머니께 가서 어떻하면 좋겠냐고 여쭈었더니, 할머니께서 그러십니다.

"드러누운지 3년 되었다구요? 신부님, 한 3년만 더 참으십시오. 그 때는 항복하고 받아들일 겁니다. 저도 사고나고 5-6년은 죽을 생각밖엔 안 했습니다. 한 십 년 가까이 되니까 그제서야 조금씩 받아들여도 지고 하느님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지금은 기다려주세요. 그나저나 나는 드러누운지 30년이지나 보속도 할만큼 했는데, 언능 나부터 쫌 데려가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쫌 해줘요. 예? 신부님."

어둠이 깊으면 빛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지만, 그 빛 때문에라도 어둠은 반드시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날이 반드시 찾아 올 것입니다. 아멘.







Prev  할아버지 귀신> 성토마스 사도 축일 강론 광야소리
Next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광야소리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uZine